"오마이뉴스에 '중독'...글 안 쓰면 불안하다"

[찜! e시민기자] '왕성한 글쓰기' 김동수 시민기자

등록 2012.06.19 13:29수정 2012.06.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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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안녕하세요? 시민기자 김동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시민기자 김동수입니다."김동수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는 시민기자는 얼마나 자주 기사를 쓸까. 대개 관심 사안이 있을 때 기사를 쓰니까 시민기자마다 다를 터. 이 중에는 직업기자 못지않게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시민기자는 전체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매일, 그것도 하루에 두 세 편씩 글을 쓰는 시민기자가 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글을 쓰려면 다른 일은 못하고 책상 앞에만 있어야 할텐데 그게 가능할까.

이번 주 '찜 e시민기자'로 김동수 기자를 뽑은 건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 자신을 소개한다면.
"조상 대대로 경상도에 산 '골수' 갱상도(경상도) 사람이다. 그럼 '묻지마' 새누리당일까? 전혀(?) 아니다. 어머니는 김대중-노무현을 찍은 분이다. 형님 두 분과 막내 동생도 통합진보당을 적극 지지한다. 자랑스럽다. 나이는 마흔 일곱이고, 아내와 중 2, 초등 5(아들)와 중1(딸)이 있다. 직업은 목사다. 신학은 보수신학을 했고, 창조론과 예수 동정녀 탄생, 성경 무오설, 배타적 구원론을 믿는 보수 목사이다. 이런 신학을 기독교 근본주의라고 한다. 그리고 시력이 굉장히 나쁘다. 안경을 벗으면 2~3미터 앞 아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 하루에 글을 평균 서너 편 쓰는데, 일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게 가능한가?
" 당연히 어렵다. 그런데 기사를 쓰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 한 것처럼 기사를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에는 중독성이 있다. 마약처럼(?)말이다." 

- 편집부에서 채택하지 않은 글은 바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채택되지 않는 기사가 매우 많다. 앞에서 한 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루에 기사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사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 기사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편집부에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사 등급 이전에 글쓰기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평가 받은 기사를 살려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삭제해 달라고 했다. 속 좁게 말하면 자존심 상한 일 아닌가(웃음)."


- 주로 뉴스를 듣고 논평을 쓰는데, 본인만의 논평 쓰기 기술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논평과 비평을 배우지는 않았다. 어릴 적 교회에서 독후감 일등 먹고, 독후감 대회에 나가 300만 원 거금을 탄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기사란 발로 써야 하는데 나는 눈으로 쓴다. 아마 기사로 채택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장 부끄러운 점이기도 하다."

- 글을 보면 '울분'이 느껴진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이 많던데...
"울분이 느껴진다? 울분이란 사실과 논리에 바탕을 둔 글이 아니라 주관과 감정이 개입되었다는 말인데 아마 편집부가 자르는 가장 큰 이유일 거다. 조금은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생각해보니 원래 목사라는 직업 자체가 옳고 그름을 선포한다. 알게 모르게 이게 몸에 배였다. 자기 소개란에서 밝혔지만 보수신학(기독교 근본주의)을 한 영향도 있다. 절대성과 배타성이 글에서도 은연 중 드러나는 것 같다. 즉,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것이다."


- 일과를 소개하자면.
"새벽에 일어나고 월-수-금은 섬기는 기독시민단체에 나가 잠깐 일한다. 그리고 설교 준비와 오마이뉴스 글쓰기를 하고 시간 나면 운동을 한다. 막둥이가 돌아오면 놀고, 일하는 아내를 위해 집안 살림(조금은 '뻥')을 좀 한다."

- 목사면서 주류 기독교에 비판을 많이 하던데, 혹시 교계사람에게 '왕따' 당하지는 않나? (웃음)
"그렇지는 않다. 목사끼리 성경 해석과 교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하지 세상과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골수 수구세력은 알려진 것보다 적다. '빨갱이 잡자'라고 외치는 이들이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들이라 영향력이 커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의외로 보수신학을 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눈만큼은 진보적인 분들도 많다. 비기독교인과 자유주의 신학을 하는 분들 중에 보수신학을 하는 목사는 다들 사상도 보수라고 생각하는 데 이것도 작은 선입관이자 편견이다."

-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생활비가 많이 들텐데 글 쓰고 목회 활동하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나.
" 생활비 많이 안 든다. 육고기와 생선을 뺀 먹을거리(쌀,배추,고구마,옥수수,무,양파고추,마늘,된장,간장 등등)는 농사를 지으니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아이들 옷가지도 철마다 한 벌씩만 사 입히고 다른 옷은 주위에서 받아 입힌다. 나 역시 1년에 한 두 번 정도 살 뿐 관심이 별로 없다. 아내도 별 다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11년 동안 사용한 것처럼 가전제품도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빼고 아내 혼수다.

중2,1과 초등 5학년이 있지만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니 사교육비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학과 성적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기사처럼 막둥이는 뒤에서 1~2등을 다툼) 걱정이지만 학과 성적에 목 매지는 않는다.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무책임하게 들리겠지만 앞날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는 확신이 있기에 걱정을 하지 않는다."

- 시민기자 활동 후로 본인이나 주변에서 변화가 있다면?
"아이들이 아빠가 쓴 기사를 동무들에게 널리 널리 알린다. 한두 번 기사에 나왔던 막내 동생의 막둥이가 며칠 전 집에 와서 대뜸 하는 말이 "큰 아빠가 큰 엄마 업어 주니까 큰 엄마는 좋겠어요"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제수씨가 <부부의 날, 아내를 업어줬습니다>(5월 21일자) 기사를 보고 말한 거다. 아내는 '사는 이야기'에 조금 부담감을 느낀다."

- 오마이뉴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처음보다 시민기자들 기사가 상근기자들 기사보다 비중이 떨어진 듯하다.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정신을 단 1초라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100년 후에도 존재하는 오마이뉴스가 되도록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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