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당직자가 유출한 당원명부가 총선 예비후보들에게도 전달됐고, 그 중에서 19대 총선 당선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이 경선부정 사태로 치달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해진 당원명부 유출 사건에 관련된 4·11 총선 예비후보자는 8명이고, 이 중 공천을 받은 이는 2명이다. 이중 1명인 김준환 충북 청주흥덕을 당협위원장은 새누리당 후보를 정하는 경선에 이겨 새누리당 후보가 됐지만 본선거에서 노영민 민주당 의원에게 졌다.
공천을 받은 나머지 1명은 울산 남갑의 이채익 의원이다. 이 의원의 경우, 경선을 치르지 않고 전략공천됐다. 이 지역 3선 의원인 최병국 전 의원이 '현역 물갈이 컷오프'에 걸려 공천탈락하면서 생긴 결과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유출된 당원명부를 입수한 관련자들에 대해 "비대위 이후 새누리당이 변화와 개혁·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만큼, 그 분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당 윤리위에 회부하든가, 문제점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 사무총장에 따르면 당원명부 입수 예비후보 중엔 전직 국회의원도 있다. '유출된 당원명부를 입수한 이 중에 전직 의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사무총장은 "있을 수 있겠다"라며 "18대 의원은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새누리당도 부정경선' 불식에 총력... 민주당 "통진당처럼 수사해야"
새누리당은 '유출된 당원명부를 입수한 예비후보 중에 후보경선을 통과한 이가 있다'는 사실이 '새누리당 후보경선도 부정하게 진행됐다'는 인식으로 번지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다. 서 사무총장은 "당내 후보경선 선거인단이 '당원 20 : 일반국민 80'으로 구성돼 당원 비율이 낮아 당원명부 사전 입수가 공천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어 "당협위원장이 그 지역 당원명부는 다 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협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본인이 명부를 활용하거나, 자기가 밀어주는 사람에게 활용토록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당협위원장이 아닌 예비후보에게는)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선거인단 명부를 경선 이전에 각 후보들에게 다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명부가 유출된다 해도 경선에 있어 형평성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대책팀장으로 이날 오전 당원명부 유출사건에 대해 중간 브리핑을 한 박민식 의원도 "유출된 당원명부를 받은 예비후보 대부분이 경선과정, 공직자추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당원명부가 유출된 사실이 이번 4·11 총선 공천과정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당원명부를 제공받은 예비후보들에게서 친이·친박 같은 계파적 공통점이나 지역적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총선 공천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다'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경선 부정처럼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종북공세를 동원하면서까지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제명에 목소리를 높여온 새누리당이기에 자칫 이번 사건이 '새누리당 후보 경선 부정' 쪽으로 흐르면 그 어떤 논리로도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에 '당원명부 유출 및 공천부정사건'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공세에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인 모양이지만, 지역 여론조사, 사전기초조사 등을 통해 여타 예비후보들과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전략공천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공천과정에서 당선자가 유출된 당원명부가 활용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결과에 따라 새누리당 당선자의 경우도 당선자 자격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이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보여준 그 특유의 기민함과 기획능력, 사건 확장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똑같은 잣대로 새누리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큰 사건 아닌데 왜 깊게 팔까"... 검찰 수사의도에 촉각
새누리당 대책팀은 박민식 의원을 중심으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대면조사 등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있지만,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이날 브리핑 전 "나한테 수사권만 있었어도…"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의원은 이날 브리핑 말미에 "이 내용은 검찰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책팀 조사 내용과 검찰 수사 내용이 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검찰수사에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당직자는 "큰 사건이 아닌 걸 검찰이 굳이 깊게 파고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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