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이하 현지시각) 무슬림형제단 측인 자유정의당 전 대표 무하마드 무르시(61)가 이집트 대통령으로 당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이집트는 독재자 무바라크의 철권통치 30년 만에, 그리고 1953년 공화국 설립 후 60년 만에, 첫 민주적인 자유선거로 민선 대통령을 선출하게 됐다.
이집트 선관위는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무르시 후보가 51.73%를 얻어 48.27%를 획득한 전 총리 출신인 아흐메드 샤피크를 앞섰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식 발표가 나오자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들은 이집트 국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상징되는 중동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발발한 지 16개월 만에 이집트에서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군부최고회의 무소불위 권한 행사... 반쪽 대통령 될 가능성 높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이집트 군부최고회의(SCAF)가 대부분의 권한을 장악하고 있어 이슬람주의자로서 첫 대통령에 선출된 무르시는 반쪽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정국은 더욱 요동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이미 이집트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14일 의회해산 판결을 한 데 이어 SCAF 측은 의원들의 의사당 출입을 봉쇄하고 있어 실질적인 입법권을 가진 의회가 해산된 상태이다. 또한, SCAF는 지난 17일 결선 투표가 마감된 직후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고자 임시헌법을 추가해 발표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SCAF가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군병력 통솔권은 물론 해산된 의회의 입법권마저 대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은 장관의 임명권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국방장관은 이 SCAF의 위원장이 맡는 것으로 이미 임시헌법에 정했다.
따라서 무르시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임명 등 군 통솔권이 전혀 없고 입법권마저도 SCAF가 전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어 권한이 거의 없는 반쪽짜리 대통령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군부가 내달 1일까지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 약속을 실행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현재 무르시의 당선이 발표되었지만 반군부 시위자들은 의회 해산 명령과 임시헌법의 발동을 중단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한, 전 총리 출신인 샤피크 측도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둘러싸고 SCAF 측과 무슬림형제단 사이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집트 정국은 당분간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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