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의三歸依'가 아닌 '이귀의'만 하고 싶다"

등록 2012.06.25 20:28수정 2012.06.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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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의란 무엇인가? 부처님과 부처님의 말씀과 그 말씀을 실천하는 스님에게 귀의한다는 것인데,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조계종의 문제를 보면서 이 말에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것 심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속가에서도 엄중하게 지탄받아야 할 일이 어찌 승복을 입은 스님들 사이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저질러 질 수가 있었는지.


솔바람을 따라 산길을 걷다가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을 만나면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지고,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깊은 의문과 성찰이 우러나오는데. 그 뒷모습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며 한참을 얼음장처럼 서있는데,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일부 스님들의 작태를 보면서 어찌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부처님의 거룩한 사상을, 선승들의 고독한 불도의 길을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 전채를 흐리게 하듯, 흙탕물을 만들고 있으니.

그 돈이 어떤 돈인가? 뜨이지 않은 눈꺼풀을 비비며 새벽시장에 나가 언 손 호호 불며 번 돈이거나, 밤잠을 설쳐 가면 한 푼 두 푼 모아 부처님 전에 받쳤을 돈이 태반일 텐데. 천사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보시함에 넣었을 그런 돈을! 항간에서도 보기 힘든 그런 엄청난 액수의 판돈을 놓고 도박을 하다니, 그것도 존경받은 스님네들이.

저간의 사정을 보니 종단에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 같은데,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으로 호법부 상석에 있었던 스님까지 연루되어 있다고 하니. 이미 해외로 의도적으로 도피시킨 것 같다고 까지 하니.

"사람을 믿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니 법을 믿으라"는 부처님 말씀을 오래전부터 상기하고 있었지만. 스님들이야 이 생에 성불이 급해서 부모처자 권속眷屬들을 칼로 무 베듯이 다 자르고 나온 분들이 아닌가, 그런 분들이.


불교에 깊은 애착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의 불교계는 눈 맑은 선승들이 그 근간을  지탱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스님들의 알력 싸움이야 우리들이 알바가 아니라고 해도, 속마음이냐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조계종의 종정 진제 스님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회견에서 "시줏밥 먹을 자격이 없다. 먹물 옷 입을 자격도 없다"고 질책한 바 있고, 성철 스님도 "시줏밥 도둑놈"들이라고 하셨는데.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논평을 내어 "도박은 승속을 떠나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이며 계획적으로 이뤄진 불법촬영 역시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큰 문제"라며 "도박과 비밀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래도 만약 이런 촬영이라도 없었다면 골방에서 이루어진 시주돈 횡령해서 억대도박을 하는 이런 질 나쁜 일들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겠는가. 스님 네들만 알고 쉬쉬하며 숨겨야 할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전 호법부 상석에 있었던 스님까지 연루된 그런 엄청난 일들을, 어떻게 호법부에서 눈치 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겠는가?

정말 이 시간에도 사바의 중생을 위해서 하안거중이거나 무문관이라도 들어가 용맹정진 하고 있을 그런 스님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검찰에서라도 힘들겠지만 철저하게 뿌리 뽑아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눈치를 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조계종 #도박동영상 #불교 #스님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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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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