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fear)와 공포증(phobia)의 차이

계속 확산되는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

등록 2012.06.26 20:33수정 2012.06.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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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차오포비아'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차오포비아는 조선족을 뜻하는 '朝'의 중국식 발음인 차오와 '혐오감/공포증'을 의미하는 'Phobia'의 합성어이다. 오원춘 사건 이후 조선족 강력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로 비화되고 있다.

차오포비아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조선족과 중국인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달리는가 하면 외국인 반대 인터넷 사이트들이 다수 개설되거나 아고라에서는 조선족전면추방운동이 진행되는 등 집단행동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차오포비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검찰에서도 '불량 외국인의 신분세탁 불법입국 및 귀화'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과 법무부 출입국 이민특수조사대가 공조한 이번 수사의 1차 조사 결과가 지난 25일 발표됐다. 2007년도 9개월을 샘플 기간으로 삼아 조선족 약 10만 명(정확히 94,425명)을 점검한 결과 114명이 신분세탁으로 적발됐다. 성폭행, 특수강도, 마약밀매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강제 출국당한 조선족들이 나이와 이름을 바꿔서 재입국한 것이다. 조사 결과가 기사화되자 차오포비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조선족 입국에 대한 철저한 검열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구멍을 메우는 노력은 분명 합리적인 처사다. 문제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적극 대처가 아니라 몇몇 케이스를 토대로 조선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해버리며 강제추방을 외치는 군중심리에 있다. 실제 조사된 결과만 보더라도 신분세탁한 조선족은 전체 조선족 조사 대상자의 0.12% (114/94,425 × 100)에 불과하다. 차오포비아는 0.12%의 불법 조선족을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조선족 모두에게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안상현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안상현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인 범죄율이 과거에 비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조선족을 한국 내 범죄의 온상이라고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0 범죄율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율(전체 외국인 중 범죄자의 비율) 1.78%로 내국인 범죄율(전 국민 중 범죄자 비율) 3.5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살인ㆍ강도ㆍ강간 3대 강력범죄율에서도 외국인 범죄율은 0.044%로 내국인 범죄율인 0.047%보다 낮다.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많이 저지를 것이라는 의견도 편견이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불법체류자의 범죄율은 1.13%로 합법체류자의 범죄율 1.88%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체류자의 경우 단속에 걸리면 바로 추방당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0년 범죄율 통계안상현

오원춘에 대한 '공포(fear)'가 조선족에 대한 '공포증(phobia)'으로 바뀌는 간극에는 논리적 비약이 존재한다. '공포'와 '공포증'은 다른 의미의 단어다. 공포가 구체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서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한다면, 공포증은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한 공포를 반복적으로 보이는 일종의 병적인 상태다. 차오포비아(朝phobia)는 공포(fear) 아닌 공포증(phobia)이다. 조선족 또는 중국인이란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오원춘 사건을 통해 외국인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조선족 전체에 대한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은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동포'(조선족) 문제에 있어서 '동포'라는 동정심에 매몰되어선 안 되듯이 '중국'이라는 이유 하나로 조선족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될 것이다. 1992년 미국에서 발생한 LA폭동 사건과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외국인 혐오증 #외국인 공포증 #차오포비아 #조선족 #오원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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