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7시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교수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인권학교에서 '일중독사회에서 벗어나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우리 사회는 게임, 섹스, 술 중독자에 대해서는 비난하는데 왜 일중독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심지어 일중독자를 '모범근로자'로 부르며 칭송까지 하지 않습니까?"26일 저녁 7시 대전충남인권연대 주최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인권학교' 세 번째 강의에서 강수돌 교수는 일중독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 인식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일중독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자본주의체제는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며,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일중독이 서구에서도 확산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자아가 일중독으로 상실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런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가 일중독 사회로서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 중 첫 번째로 강수돌 교수는 우리사회를 '명함사회'라고 꼬집었다. 어느 자리에서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교환하는 명함은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위치로서 판단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중독과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가 주장하는 두 번째 한국사회의 일중독 현상의 특징은 '속도(순위)중독' 사회라는 것이다. 삶의 과정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직 타인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 직장인들 모두가 순위에 중독되어 경쟁을 펼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100점을 받아와도 부모는 그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자녀의 반에 몇 명이나 100점을 받았는지, 그래서 자녀가 몇 등인지에 관심을 더 가진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렇게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시되고 결과, 순위에만 집착하는 사회분위기는 필연적으로 일중독 문화를 공고하게 만들게 된다"며 우리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일중독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는 일을 할수록 그 성과에 쾌감을 느껴 더 일에 중독되어 일을 흥분제로 여기는 타입으로 의사, 법률가 등 이른바 프리랜서형 엘리트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계속 일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고통을 잊는 진정제 유형인데 조직의 중하위층이고 블루칼라 계층의 일중독자들에게서 비교적 많이 이러한 유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일을 벌이기만 하고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데 일 뒤에 숨어서 자기과시를 하는 은폐형 일중독자로, 조직에서 좌절이나 실패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강 교수는 "한국사회의 가정, 학교, 직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일 중독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의 결실로서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한 한 인격체로 대해야지 '제2노동력'의 관점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아이를 부모의 삶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내 몰 경우 아이들은 성적을 통해 부모의 인정을 받기 원하는 예비 일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점수와 등수를 중요시 하는 현재의 학교시스템은 살아가는 과정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결과에 얽매이는 예비 일중독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는 자아를 발견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소양을 기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최근 치러진 일제고사는 시험을 보는 청소년 모두를 우월감과 열등감에 빠지게 해 어려서부터 인간성 소외를 학습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 직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성을 높이려는 목적아래 각종 파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노조탄압, 비정규직 양산, 환경파괴 등을 그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