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국자 "한일협정 비공개처리, 청와대 지시였다"

"비공개처리 문제점 여러 번 지적됐으나 청와대 수용 안해"

등록 2012.07.01 22:30수정 2012.07.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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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2년 5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지난 달 26일 비공개로 처리한 것은 청와대 뜻이었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러번 지적했으나, 의결 당시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통상부는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계속 다뤄왔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을 잘 알고 있고, 협정 체결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역풍이 불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의견이었다"고도 했다.

국무회의 의결 비공개 처리에 대한 문제점이 사전에 지적됐지만, 청와대 지시에 따라 강행됐다는 것이다. 국무회의 의결 전에 엠바고(한시적 보도금지)를 걸고 언론에 사전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청와대가 이를 무시했다는 말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협정 서명식을 불과 50분 앞두고 일본에 '양해'를 구하고 취소하는 사상 유례없는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 김황식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거론되는 등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청와대라는 사실이 정부 고위당국자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로서는 일종의 '하극상'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당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주요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남미 순방중인 상황에서, 청와대에는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남아 있었고 그는 이번 사안의 총괄지휘자로 지목돼 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협정체결의 주무부처가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교체된 데 대해서는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데, 다만 일본 자위대는 정식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최종 서명을 국방 쪽이 아닌 외교당국 간에 해야 한다는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김관진 방일 때 체결 무산되자, 미국이 경위 문의했었다"

그는 또 "지난 5월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일본에 가서 체결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자, 미국측에서 외교채널을 통해 '왜 그렇게 됐느냐'는 문의와 함께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에 큰 관심을 나타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때 미국이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조속한 협정 체결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2+2 회담에선 한일 정보보호협정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는 총리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며,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불신임안 결의가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일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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