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식약청의 피임약 공청회 현장에 손팻말을 들고 참석한 청중.
김동환
'여성의 기본권'이란 관점에서 볼 때, 피임약 재분류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접근성'이다. 이 교수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피임하기 어렵다면, 그 부작용은 불법낙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여성의 건강에 큰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지난 2004년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의 접근권에 관한 결의안'에 '여성과 남성은 피임 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피임약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덴마크, 프랑스, 핀란드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은 피임약에 보조금을 지금하거나 여성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이 중요하다'는 데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의뢰한 '2010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 조사'를 보면, '피임을 하지 않아서 수술을 택했다'는 사람이 62.2%에 달한다. 이들은 피임 실패 요인으로 ▲ 이번에 임신이 될 줄 몰라서(52.8%) ▲ 피임법을 알았지만 사용할 생각을 못해서(19.7%) 등을 꼽았다.
"임신될 줄 몰랐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피임 교육 이뤄져야이윤상 이사는 "'임신이 될 줄 몰라 피임을 안했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정확한 피임 관련 정보와 교육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수수는 "비행청소년이 아니라도 많은 청소년들이 섹스를 하지만 성교육은 아직까지 순결·낙태 반대 교육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청소년 역시 피임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후피임약이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될 경우 안전성 등 문제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청중들도 있었다. 현직 의사며 영화평론가인 황진미씨는 "'사후피임약은 단 한 번만 먹으니까 부작용이 없다는데, 과연 누구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전문가라면 얼마나 사후피임약이 위험한지, 오남용 우려는 없는지를 분명히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의 질문은 담당부처인 식약청을 대표해 참석한 신원 소화계약품과장에게 쏟아졌다. 신 과장은 "이번 분류안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허가 사항과 피임제 전문 서적·논문 등을 과학적 근거에 바탕으로 검토한 결과"라면서도 "아직 초안이 나온 상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번 주까지 각계 의견을 듣고, 7월 말쯤 의약품 재분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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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안전성만 문제 아냐"... 여성들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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