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관전영관
서민호
- 우리나라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우리나라라는 전제를 한 이유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질문에 이미 "힘들죠?"라는 심사가 들어있는 거 같다. 맞다. 힘들다. 무척. 하지만 우리나라로 한정하지 않고 어디서건 시인으로 산다는 거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고통 받거나 자신의 문학적 방향이나 성취, 표현욕구 등등으로 힘들지 않은 예술가가 있었을까. 나 같은 경우는 시만 쓰고 살고 싶다는 것은 소망이지만 현재 생업과 시의 간극은 지구와 달 정도로 멀다. 그 간극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왕복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고 시의 세계에 침잠해 있을 때는 가끔 얼빠진 사람이 되기도 한다."
- 시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 시어가 번뜩 떠오르면 어디다 메모하나?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다. 소재가 중요하지만 그걸 강조하면 소재주의에 빠지게 되고 형식에 매이게 된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에 천착하려 노력한다. 결국 사유의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모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다. 수첩은 항상 가지고 다니고 내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자주 이용한다."
- 시인은 어떤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지?"(웃음) 이제 첫 시집 냈는데 문학관은 무슨 문학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뭐냐고 물으면 좋겠구먼. 글쎄 새타령 꽃타령하는 서정적인 시와 참여하며 위안하는 시의 중간지점을 추구하고 있다. 힘든 시절이니까. 현재 대한민국에 시인들은 같이 단식하거나 아니면 그걸 몰라라 하고 진수성찬을 들면서 현실과 겉돌거나 하는 식으로 너무 갈라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번 첫 시집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물어보니 그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줄곧 보이던 소년의 웃음을 거두고 이내 '막상 출간 되고나니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아직 10점 모자라다.' 고 말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더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 그래서 자기검열에서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단 있게 말하는 천상시인 전영관의 모습에 문단 계에 '흥행' 이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의 예술의 그 자존감을 지키고 그 언어를 조탁하는 예술가들의 명맥이 가늘게나마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