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줄고 숫자는 늘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 결과는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의 관문이었던 강원도 고성군을 찾는 관광객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경제도 침체됐다. 여기에 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들이 입은 매출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9270억 원. 토지·시설 투자비용도 합하면 1조 원을 훌쩍 넘긴다.
농어업이 주된 경제활동이었던 강원도 고성군에 있어 금강산 관광은 새로운 기회였다.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 7월까지 금강산에 다녀온 약 139만 명의 관광객들은 농수산물·식자재 등 납품액 1056억 원, 현대아산 휴게소 등 고용창출 2837명이라는 선물을 고성군에 안겨줬다.
하지만 2008년 7월 11일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지고, 다음날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선물은 사라지고 피해만 남았다.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으로 올 6월 말까지 군내 음식점 159곳이 문을 닫거나 휴업 중이다.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일하던 직원 등 주민 484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몇몇 주민은 먹고살 길을 찾아 아예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특히 금강산 관광 절차를 밟는 화진포 아산휴게소와 통일부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가 있는 현내면과 바로 옆 거진읍의 인구는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각각 371명, 629명이 줄었다. 금강산 관광 직후 지난달까지 군 전체의 독거노인이 668명 늘었고, 저소득층 한부모·조손·위탁가정 세대 수도 2007년 40세대에서 지난해 80세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효자'에서 '골칫덩어리' 된 금강산 관광 사업
2008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고성군이 입은 피해 금액은 1334억 원으로, 월평균으로 따지면 29억 원 정도가 된다. 이는 올해 예산(2372억 원)의 56%에 달하는 액수로, 2012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9.8%에 불과한 고성군에게는 버거운 규모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도 종전처럼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빨리 (관광이 재개)돼야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등 산업시설이 없는 고성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현재 정부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연간 일자리 창출 예산을 꼽고 있다.
현대아산 역시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단 이전까지만 해도 금강산 관광은 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의 효자종목이었다. 전체 사업에서 금강산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정도로 상당했다. 연매출도 1100억~12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효자'는 순식간에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현대아산의 손실액은 지난 6월까지 약 5856억 원 쌓였다. 2008년 7월만 해도 1084명에 달했던 직원들은 이제 288명만 남았다.
김한수 현대아산 기획홍보본부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북측 사업이 전체 90% 이상이었다"며 "금강산 관광은 근본적으로 남북관계 전반이 개선돼야 재개될 수 있으므로 국내시장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활로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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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찾아가자' 노래도, 발길도 멈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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