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정례회 모습
울산시의회
여야 지방의원들의 극적인 합의와 양보가 '보이지 않는 손'을 극복했다.
지난 9일 마무리된 울산시의회 제5대 후반기 원구성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를 던져 첫 진보성향 교육위원장이 선출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야권은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지역 국회의원 및 기득권 정치인을 말하는 것으로 지방 정치인에 대한 보스정치를 의미한다. 이들이 울산시의회 후반기 원구성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울산시의회 여야 지방의원들은 극적인 합의와 양보를 통해 이같은 보이지 않는 손을 극복했다.
갑자기 번복된 합의... 대화로 극복문제의 발단은 지난 5일 열릴 예정이던 울산시의회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시작됐다.
울산시의회는 새누리당 15명, 통합진보당 6명에다 교육의원 3명, 무소속 1명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넘고 진보성향 교육의원이 2명이다.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은 당초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했느나 부의장 1석과 진보성향 교육위원장 1석 요구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여야간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일 예정된 의장단 선출일을 앞둔 2일과 3일, 여야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여야간 합의가 뒤집어진 것이다.
김진영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찌된 영문인지 후보 등록 직전에 어디에서 어떤 방침이 내려졌는지 모르지만 통합진보당 및 교육위원들과 한 기존의 협의을 뒤집고 부의장 1석만 통합진보당 몫으로 배분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는 자체만으로도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부끄러워야 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비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지역을 위해 일을 하라고 뽑아준 지역의 일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음날인 4일 전교조 출신 이선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보이지 않는 손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진보진영에 교육위원장 자리를 내 줄 수 없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었다"면서 "만일 그러면 상임위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의장단 선출일인 5일 파행은 시작됐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성향 교육의원들은 잇따라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했고, 진보성향 교육의원 2명은 투표함을 점거하면서 결국 의장단 선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 의사진행발언... '보이지 않는 손' 언급 의장단 선거날인 5일 야권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진보성향의 정찬모 교육의원은 "국회의원 등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위원장을 뽑지말고, 전원 후보를 사퇴하고 여야 협의 후 상임위원장 후보에 재등록하자"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이어 통합진보당 류경민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밝혀라, 지금이라도 여야가 상생과 소통으로 협의하자"고 했고, 같은 당 이은영 의원은 "일각에서는 여당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을 두고 국회의원 개입설도 나온다. 울산시의회가 거수기 의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결국 산회를 거듭하던 울산시의회는 이날 의장단 선출을 하지 못했다. 이어 여야는 대화를 갖고 "상임위원장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고 후보를 재등록 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여야는 합의 끝에 교육위원장 자리를 진보진영에 양보하기로 했다. 문제는 표결에서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이냐는 것.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졌다. 여야 지방의원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자유투표로 진행된 교육위원장 선거에서 진보성향 정찬모 의원이 14표, 전반기 교육위원장인 보수성향의 권오영 의원은 11표로 정찬모 의원이 3표를 더 얻은 것. 통합진보당 6표에 진보성향 교육위원 2표, 무소속 1표를 합해도 9표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가 얻은 표는 14표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 5명이 진보성향 정찬모 의원에게 투표한 것이다.
정찬모 의원의 교육위원장 선출은 울산지역 첫 진보성향 교육위원장이라는 점과 더불어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새누리당 지방의원들의 자발적 투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일각에서는 '이변'이라 했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희망'이라고 했다. 울산시의회 의정 사상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
'보이지 않는 손' 극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서동욱 의장은 당선 소감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중재하는데 앞장서겠다"며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의 입장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상호 발전을 모색하는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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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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