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의 반발로 한동안 표류했던 강화·인천만 조력발전 사업 찬반논란이 해당 지자체장과 주민들의 요구로 재점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 계획대로 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조력발전은 해양생태계 전반을 파괴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여수에서 열린 14회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에서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진행되는 조력발전은 녹색성장도, 신재생에너지다 아니다"라고 밝혀 향배가 주목된다.
홍성욱 시의원,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내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시의회 홍성욱 기획재정위원장은 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천만 조력발전 건설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환경위기에 대비하기위해 추진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고 재검토 요구를 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시가 추진하고 있는 UN녹색기금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빠른 후속조치를 요청했다.
더불어 안영수 시의원도 2일 본회의 시정 질의를 통해 조력발전 시설이 강화와 영종을 잇는 연륙교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강화와 인천만이 세계 해양생태계 보고라는 측면에 무게를 두고 갯벌국립공원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성민 시 광역기획담당관은 29일 새누리당 인천시당 초청간담회에서 "국립공원의 전 단계로 시립갯벌공원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의 이런 입장에는 인천만 조력발전 예정지인 강화남단과 장봉도 갯벌이 희귀조류가 찾는 서·번식지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갯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인천발전연구원 조경두 위원도 '인천지역 조력발전사업의 경제성과 환경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비용편익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고, 제방도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주장을 해 시 대책에 힘을 실어줬다.
송영길 시장 또한 최근 시의회 시정질의 답변을 통해 "조력발전소 건설은 천혜의 해양자원의 보고인 갯벌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런 근거로 송 시장의 입장은 앞으로도 갯벌 보전으로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강화·옹진군 주민 2만여 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시에 제출했던 '인천만 조력발전소 유치추진협의회'는 이번 사업이 영종과 용유도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강화군의 경제발전이 곧 '경제수도 인천건설'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철환 서울대 교수 "인천~강화 조력발전 답 아냐"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여수엑스포를 맞아 전국의제21 포럼을 여수시 일원에서 개최했다. 당시 기조강연을 했던 고철환 서울대 교수는 '생명의 근원 바다, 바다에서 희망을 찾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서해 갯벌과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고 교수는 먼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의문을 가지며 "최근 녹색성장이라는 미명아래 갯벌이 대규모로 다시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최근 진행되는 녹색성장의 의미는 과학기술 적용 방향에 가까워 생태계 보전을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다.
이어 고 교수는 서해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조력발전 사업에 대해 "인천만 조력, 강화조력, 가로림만 조력, 심지어 최근의 아산만 조력 등 조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인데 모두가 갯벌을 대규모 방조제로 둘러쌓아야 가능한 전력생산"이라며 "당연히 대규모 자연생태계 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의 이런 지적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이 온갖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어 "대규모 갯벌파괴 사업이 녹색성장이라고 부를 판"이라는 성토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고 교수는 또한 조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라는 주장에 대해 "해양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넣는데 이때의 해양에너지는 모두 개별 터빈, 그것도 소규모의 개별 터빈을 물표면(파력발전) 또는 물속(조류, 해류발전)에 넣어서 전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 교수의 이런 설명과 달리 최근 진행되는 조력발전은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 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근원적 가치로 볼 때, 조력발전으로 뒤따르는 대규모 방조제 건설이 결국 생태계 폐해를 일으키므로 그 개념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방조제와 같은 생태계 폐해를 주는 과정은 고려하지 않고 조력이므로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여 할당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라고 한 뒤 "신재생에너지 정의에 견주어보아도 인천, 강화 등의 조력발전을 맞는 답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대기업 몰아주기?
고 교수의 이런 주장에는 지난 2010년 4월 정부에서 공포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 중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토록 의무화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로 인해 앞으로 각 대형발전사는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 패널티가 부과된다. 이때 의무할당 또는 의무량은 대략 2020년까지 자사 발전량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8%까지 달성해야 한다. 결국 각 발전사는 올해(2%)부터 신재생에너지를 강제로 생산해야하는 웃지 못 할 처지에 놓이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각 발전사는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신재생에너지를 기한에 맞춰 생산해야 하는데 갯벌을 막아서 기존의 전기 생산 터빈을 여기에 앉히면 빠르고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정책이 생각지도 않게 바다생태계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므로 어떤 정책을 수행할 때는 다양한 관점이 고려되어함을 일깨우는 사건"이라고 충언했다.
한편 인천만 조력발전은 방조제 길이가 18.3km, 연간 발전량 2414Gwh, 시설용량 1320MW, 사업비 3조9000억원, 조지내 갯벌면적 105㎢(여의도 면적 35.6배), 발전소 운전시 소실되는 갯벌면적 17.9㎢(여의도 면적 6.1배), 매립요구 면적 1,811,368m²(54만 8천평), 인공섬 1,460,000m²(44만평)으로 건설될 계획이다.
이어 강화 조력 발전은 방조제 길이 4km, 연간 발전량 710Gwh, 시설용량 420MW, 사업비 2조 3530억원, 조지내 갯벌면적 7.15km(여의도 면적 2.4배), 발전소 운전시 소실되는 갯벌면적 2.14㎢(여의도 면적 0.74배), 매립요구 면적 591,911m²(17만9천평)으로 건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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