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유치원 교사였던 송수아씨는 시력을 잃은 후 안마사가 되었다.
김윤정
"누구나 예비 장애인 아닐까요? 살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쾌활한 성격에 아이들을 좋아하던 그녀는 20년을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딸(당시 16세)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송씨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8년 전이었다. 병명은 '망막 색소 변성증'. 망막의 시세포가 서서히 퇴화하는 희귀병이다. '틴틴파이브'로 활약했던 개그맨 이동우씨가 이 병으로 시각을 잃게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증상이 심해져서 서울의 큰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이 빨리 다른 길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조금이라도 앞이 보일 때 시각장애인으로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요." 점자 공부...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 시작유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원인 조차 알 수 없는 병 앞에서 망연자실했지만,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점자도 배우고, 생업을 위한 훈련도 받아야 했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기초재활훈련과 컴퓨터훈련을 받았고, 서울맹학교에서 안마사가 되기 위한 교육도 받았다.
"하루에 잠자는 4시간을 빼곤 눈 돌릴 틈 없이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래도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고요." 사실 갑자기 시각을 잃으면 엄청난 상실감, 좌절감에 빠져 집 밖 출입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송씨는 낙담할 여유가 없었다. 딸과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동안 서로가 예민해지면서 남편과는 이혼했다.
동료들 안마시술소 취업에 자괴감 들기도
안마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해부학과 침술학 등 낯선 공부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자격증이 있는 안마사의 상당수가 성매매 온상인 불법 안마시술소에 취업한다는 사실에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도 딸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다짐한 송씨는 일이 고되고, 큰 돈벌이가 되진 않아도 떳떳한 안마사의 길을 선택했다.
충북 제천시 서부동에 '삼보지압원'을 차렸다. 이제 개업한 지 4년째. 야무진 손끝이 제법 알려져 단골손님도 많아졌단다. 그래도 유치원 선생을 하다가 안마사로 전업한 후 상처받은 일은 없었을까.
"손님들은 다 잘 대해 주세요. 그런데 가끔 시각장애인을 함부로 대하고 속이려는 사람도 있어 속상해요. 이동할 때 콜택시를 많이 이용하는데, 어떤 기사들은 미터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요금을 바가지 씌우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