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최경준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1947년 이래 미국 정책의 중요한 목적은
남한을 미일 군사동맹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밀실처리' 논란을 낳았던 한일군사정보포괄보안협정(GSOMIA. 이하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역사학) 석좌교수의 말이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로 알려졌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한국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군사동맹 결성 노력에 매우 고분고분(very amenable) 따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협정과 자신이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커밍스 교수는 "일본은 67년째 미국에 국방을 의존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방위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처리를 유보한 상태지만 "대국민 설득작업을 통해 협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 아니라 중국" 미국이 한일군사정보협정 추진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일본, 한국을 대중국 봉쇄라인에 세우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해 3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야심에 찬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3자 협력의 제도화는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초점이자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및 일본의 외교장관을 만날 때의 대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야심에 찬 조치"가 바로 한일군사정보협정, 더 나아가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의미하는 셈이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과거 1947~1950년 비밀 전문을 보면 미국은 긴밀한 한일 관계가 일본 산업경제 부흥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1949년 12월 트루먼 대통령이 승인한 'NSC-48(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밀문서)'을 시초로 수많은 문건들이 긴밀한 한일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새로운 '대동아 공영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승만의 반일 발언에도 한국전 직전까지 한일 교역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1949년에 현격히 늘었는데, 많은 일제 부역자들이 남한의 권력층으로 들어섰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 전쟁이 이런 모든 것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아이젠하워와 케네디 행정부는 일본의 영향권 안에 남한을 다시 들여놓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그 절정이 미국의 엄청난 압력과 한국 내 거대한 반대 속에 이뤄진 1965년 한일관계 정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