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똥 서울똥>을 쓴 안철환 대표(지난 6월 21일, 녹생당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찍은 사진)
박경현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하면서 먹고 싼 똥을 땅으로 돌려보낼 길이 막히자 땅이 우선 메마르기 시작했다. 먹은 만큼 다시 땅에 돌려주지 않으면 땅은 이내 황폐해진다.
흙에서 얻은 것을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과정의 핵심이 똥이다. 똥과 음식물 찌꺼기, 땅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잡초들까지 모두 다 돌려주면 땅은 영원한 자원순환의 바탕이 된다.
그러한 순환 없이 영양분이 빠져나간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려면 뭔가 다른 것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화학비료였다. 땅을 계속해서 쓰고 싶으면서도 똥을 다시 땅으로 되돌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화학비료를 만들어냈다.
화학비료에 함유된 질소가 바다로 흘러들면 일명 데드존(Dead Zone)을 만든다. 산소가 적어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 과도한 질소는 온실가스를 만들어내 기후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비료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토양 내 크고 작은 생물을 죽여 결국 지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불임과 유산, 천식, 아토피 등 화학비료가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셀 수 없이 많다.
돈 들여 거름을 버리는 사람들우리가 먹는 농작물을 키울 때 똥을 거름으로 쓰기도 하지만, 그 똥은 대부분 동물의 똥, 곧 축분(畜糞)이다. 문제는 대부분 축분이 공장식 축산의 부산물이어서 항생제, 중금속, 호르몬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 똥이 거름으로 쓰기에 낫다고 말한다. 특히 도시사람은 고기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매일 스트레스 과잉 속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사람 똥은 거름도 못 만든다"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사람 똥은 사실 영양분이 풍부하다. 사람은 먹은 것의 30% 정도만 소화하고 나머지는 배설한다. 또 농약 등으로 키운 농작물과 항생제를 맞은 동물의 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깨끗이 씻고 조리해서 먹으니 사람 똥이 축분만큼 오염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염된 축분을 돈 주고 사서 농작물을 키우고, 그 농작물을 먹고 건강을 위협받는다. 비교적 덜 오염된 인분은 수세식 변기에서 많은 물로 씻어 내린 다음 오수처리장에서 다시 비싼 돈을 들여 분해한다. 마지막 찌꺼기는 먼 바다에 버려 바다를 오염시킨다. 자체 분뇨처리장을 갖추지 않은 대도시에서 배출되는 인분은 포항·부산·군산 등지의 먼 바다에 흩뿌려진다.
똥의 순환에서 멀어진 '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