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3천억 오페라하우스 "짓고 보자"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 관련 토론회... 부산시 "백지화는 없다"

등록 2012.07.18 11:24수정 2012.07.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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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있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예상도)
부산시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있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예상도)부산광역시청

"작년까지, 아니 비디오도 포함해서 오페라 1편 이상 본 사람 있나요?"

이런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17일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토론회에서도 그랬다. 부산 YMCA 소강당에 모인 참석자들은 대부분 침묵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는 대답이 유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다.

이렇게 주위에서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오페라고어(Operagoer)로 불리는 오페라 애호가로 추정된다. 200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클래식을 즐기는 인구의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오페라는 이보다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부산시의 '세레나데' 만큼은 뜨겁다. 2007년 롯데그룹이 부산시에 1000억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된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시작했다. 오는 9월 중에 당선작을 가려내고 2014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6년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산으로 3000억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1000억 기부를 빼놓더라도 2000억 상당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부산시는 국비로 충당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국비가 자동으로 배정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이우환 부산시 문화시설담당계장은 "시와 시민들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비 확보도 무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런 부산시의 입장에 김태환 해양대 교수는 "부산은 재정적자가 심한 도시"라며 "다른 예산이 시급한데 굳이 0.01% 정도의 수요자를 위해 3000억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안녕 광안리> 편집장은 "서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도 자체 진행되다 무산되고 있다"며 "지방에 국고가 지원될 때는 그만한 정책적 타당성이 성립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고 유치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000억 오페라하우스만 지으면 생산유발효과가 4조?


물론 롯데그룹이 지원한다는 1000억으로도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가능하다. 하지만 부산시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기본 계획 연구'를 근거로 "문화관광 아이콘으로 개발하여 지역민들에게 자부심과 지역사회의 경제에 보다 큰 부가적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3000억짜리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민의 자부심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천 억을 써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의 근거에는 경제적 타당성에 있다. 부산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0억짜리 오페라하우스만 부산에 건립되면 지역경제엔 4조7195억의 생산유발가치가 생기고 2조900억 부가가치유발효과가 나타난다. 고용유발효과 3만 명은 덤이다.


현정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부산-김해 경전철은 국가 연구기관에서 용역을 실시해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부산시가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며 "연구 용역을 검증할 능력이 없다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7일 부산YMCA 회의실에서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과 관련한 심층토론회'가 열렸다.
17일 부산YMCA 회의실에서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과 관련한 심층토론회'가 열렸다. 정민규

롯데그룹의 자금줄만 바라보고 선 부산시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계장은 "롯데가 1000억을 기부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지만 "엄청난 비용이 나오다 보니 서로 조력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는 정부에서 짓은 게 아니라 조선기자재 업체가 기부한 것"이라며 "(롯데그룹에) 통 크게 기부해 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2000억의 국민혈세가 필요한 사업임에도 사실상 롯데그룹이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김상화 부산예술대학 교수는 "롯데가 1000억을 낸다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생각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이후의 활용도에 관한 고민도 세심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우석 사하문화사랑방 운영자는 "부산의 오페라하우스는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와 비교되는데 덴마크는 왕립오페라단을 18세기부터 운영했다"며 "오페라는 재정적자가 큰데 문화는 빠지고 관광 측면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민예총 사무처장은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 백지화는 없다"

이런 반발에도 부산시는 사업을 수정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계장은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을) 백지화해서 다른 시설로 바꾸는 것은 고려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떻게 지을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는 시민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산시의 입장에 사회를 맡은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사회자가 의견을 밝혀서는 안 되지만 오늘 토론을 보면서 부산시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승욱 편집장도 "결정도 다 되어 있고 (건립을) 진행한다는데 할 말이 없다"며 "그 사이 낭비 예산은 누구 책임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음악평론가 김창욱씨는 "부산시 예산 중 시민 복지예산은 토목예산의 1/3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건설과 토목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문화복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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