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지역소상인에 찬물... 시대정신 외면"

▲지난 달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가 롯데쇼핑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5개 업체가 송파ㆍ강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제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주자 시민사회 인사들이 이를 규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광주·전남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의무휴업일 없이 7월 22일부터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대형마트와 SSM이 지자체에 제기한 영업제한 관련 소송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18일 광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김재영)는 광주 동구·서구·남구·북구·광산구와 전남 목포·여수 등 7개 지역에서 영업 중인 이마트와 롯데슈퍼가 해당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 있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22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군포·동해·속초·밀양 지역 대형마트와 SSM은 지난 8일부터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창원·진주·김해·합천은 13일부터 청주 등은 16일부터 의무휴업 규제에서 풀려났다.

광주시 등 지자체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을 정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조례가 "조례 집행으로 대형마트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은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의 조례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달 두 차례 의무휴업일을 강제한 것은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해당 지자체들은 "조례를 입법예고하기 전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고, 자치단체장의 조례 추진은 자치단체장의 고유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는 지자체의 공공복리 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인데 법원이 이를 외면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 공익성 버리고 경직된 판결 내려"

특히 광주광역시(시장 강운태)는 18일 오후 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 광주지역 점장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광주지법이 대형마트·SSM 영업제한 처분 집행정지 인용 판결을 하더라도 영세자영업자 보호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치구 조례가 개정될 때까지 의무 휴업일에 영업제한을 자율적으로 지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문금주 광주시 경제산업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영업제한 이후 극심한 침체에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다소나마 매출액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대형유통업 측이 제기한 영업제한 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은 정부와 광주시의 서민경제 살리기 시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지적하고 "대기업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효과를 무력화 하기 위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위원장 윤민호)은 성명을 내 "이번 판결은 재벌 대기업에 의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역 중소상인들과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져버린 결정"이라며 "법원은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와 공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앞세워 매우 경직된 판결을 했고 시대정신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도 논평을 통해 "법원이 공익성을 중심에 두기보다 경직된 판결을 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본안 소송도 제기해 법원이 심리 중에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공익적 영업제한인 '의무휴업'이 모두 풀릴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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