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천문화원 대강당을 찾은 시민과 학생들. 두 동시 중 어느 시가 좋냐는 질문에 두 번째 시에 손을 들고 있다.
강무성
'엄마의 런닝구'는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 구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줬다. 창의성이 발휘된 단어는 '런닝구'다. 이 단어를 엄마의 내의, 속옷, 메리야스 등으로 바꾸면 감동이 떨어진다는 것. 시인은 사랑에 대해 쓰려면 '사랑'이라는 말을 시에 쓰지 말고, 제목으로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훈수한다.
그는 자신이 '연탄시인'으로 불리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20여 년 전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학교에서는 '가을'을 소재로 글쓰기를 시켰다.
그때도 학생들은 '낙엽, 코스모스, 귀뚜라미, 단풍잎, 하늘, 황금들녘, 허수아비, 참새, 추석' 등 상투적인 것들을 떠올렸다. 낙엽은 떨어진다로 연결되고, 귀뚜라미는 귀뚤귀뚤과 조우하고, 허수아비는 참새와 함께 있었다. 상투적인 조합이었고, 죽은 언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