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가 올라와서 불편합니다..."

아래층서 담배 연기 올라올 때, 이런 협조 안내문 내려보내면 어떨지?

등록 2012.07.25 13:34수정 2012.07.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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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입니다. 창문을 열어놓아도 습하고 끈쩍한 기운이 들어오고 그렇다고 창문을 닫아놓자니 숨이 막힙니다. 에어컨이라도 있으면 문 닫고 냉방하겠지만, 전기 요금이 부담되는 가정은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아예 에어컨 없는 가정도 허다하지요.


그런데 더욱 짜증나는 건 그 열린 창문으로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들어오는 것입니다. 빌라던 아파트이던 아래층의 거실 베란다에서 피우면 담배 연기가 슬슬 위층 창으로 들어올 수 있지요. 비단 1개 층뿐이 아니라 서너개층 위까지 연기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봄, 가을철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아이들과 방이나 거실 등에서 모둠으로 방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아래층에서 담배 연기가 슬슬 올라올 때면 정말 내려가서 한때 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내 공간에서 내가 담배 피운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파트 현관이나 복도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라면 한마디 해 줄 수도 있겠지만요. 현관이나 복도는 아파트 주민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a  담배 연기가 올라올때 맞춰 이 안내문을 슬슬 내려보내는 것인데요, 협조요청글 내용은 좀더 부드럽게, 흡연자가 기분 상하지 않게끔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담배 연기가 올라올때 맞춰 이 안내문을 슬슬 내려보내는 것인데요, 협조요청글 내용은 좀더 부드럽게, 흡연자가 기분 상하지 않게끔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 윤태


담배소비자들(부정적인 말로 '흡연자')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질 일겁니다. 아래층까지 내려가서 피우긴 귀찮고 베란다에서 피우자니 위층이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집안에서 피우자니 냄새도 배고 말이죠. 옥상은 문이 잠겨 있는 곳이 많고 말이죠. 아래로 내려간다고 해도 아파트 주민들 눈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담배소비자로 살기에는 이리 가도 걸리고 저리 가도 걸리는 참으로 애로사항이 많은 지금 세상입니다. 단박에 끊어버리면 좋겠지만 쉽진 않으니 문제지요. 되돌아와서 담배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는 역시 베란다입니다.

아래층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은 인터넷 등에서 수두룩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말 못하고 끙끙 앓는 냉가슴을 비롯해,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가 주민 싸움으로 번지도 사례도 있구요.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충남 당진에 사는 주부 정○○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집은 17층 맨 꼭대기인데 비흡연자 가정으로써 담배 냄새 때문에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대놓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베란다에서의 흡연 자제를 부탁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위층에서는 A4 용지를 준비합니다. A4 용지를 세로로 앞뒤면 모두에 진한 펜으로 아래와 같은 글귀를 적습니다.


"담배소비자님, 안녕하세요. 위층인데요. 담배연기가 위로 올라와서 불편합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밖에서 피우고 들어오시면 어떨까요? 담배소비자님!"

이렇게 적은 다음에 A4지 맨 위에 구멍을 뚫습니다. 그 구멍에 끈을 달아매세요. 그리고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때에 맞춰 이 협조요청문이 담긴 A4 용지를 위에서 살살 내려 보내세요. 흡연을 하시는 분이 잘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이렇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정중하게 그러나 간접적으로 베란다에서의 담배 자제 협조 요청을 한다면 아래층 담배소비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실 낮 동안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에는 주부님들이 계신데, 흡연중인 아래층 사람에게 내려가서 말하거나 위에서 소리 지르기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시는 분들이 대부분 남자들일테니까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식으로 담배 자제 협조문을 내려 보내면 뭔가 반응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되면 아래 층에서 흡연중인 사람이 위를 올려다볼 수 있을텐데요, 어린이가 이 문구가 쓰여진 줄을 내려보내면 좀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문구는 적절히 더 부드럽거나 기분 상하지 않은 걸로 바꾸셔도 됩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도 흡연권보다 혐연권(담배 연기 거부할 권리)이 우선이라고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집 안이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공공연하게 피해를 준다면 이와 같은 방법으로 혐연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이 문구를 보면 아래층에서 흡연중인 사람도 다시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요?

이 문구를 보면 아래층에서 흡연중인 사람도 다시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요? ⓒ 윤태

#혐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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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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