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윤성효
5억 1288만원.
누구에게는 적은 돈이고, 누구에게는 많은 돈이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진 대가에 비하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닐 수도 있다. 26일 부산지법 민사합의 5부는 고 신복영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5억 128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부산시 경찰국 수사관들은 적법한 인신 구속이나 수사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신씨를 불법체포한 후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금하고,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31일 판결문에서 밝힌 인정사실을 살펴보면 당시 경찰의 불법구금과 가혹수사는 국가가 일반 국민에게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1980년 2월 신씨는 구속영장도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부산시경찰국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당시 경찰은 신씨를 부산시경찰국 대공분실에 구금하고 신씨에 대한 고문을 자행했다.
물고문·전기고문·극심한 구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경찰은 신씨에게 간첩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64일 동안을 신씨는 대공분실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고문에 못 이긴 신씨는 결국 허위 자백을 하게된다.
신씨가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어 조사를 받을 때도 수사관들은 행여 신씨가 검찰에서 허위 자백이라고 실토할 것을 염려해 협박을 일삼았다. 처와 형, 형수까지 모두 수사하겠다며 신씨를 겁박했다. 검찰은 신씨를 조총련 간부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를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2007년 과거사위, 신씨에 대한 불법구금·가혹행위 인정 신씨는 법원에가서야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했다. 신씨의 항소에도 법원은 신씨의 울부짖음을 외면했다. 당시 법원은 가혹행위에 못이겨 신씨가 내뱉은 자백을 근거로 신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2007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신씨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인정하면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당시 신씨의 외침에 침묵했던 부산지법은 30여 년이 지난 2009년에야 신씨의 무죄를 인정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힘입어 신씨의 유족들은 이번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로 유가족들의 요청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유족에 맞서 국가는 신씨가 64일간 불법구금된 이후에는 석방되어 사회생활을 영위하였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간첩으로 낙인찍힘으로써 사회적 냉대, 신분상의 불이익, 경제적 궁핍을 당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가족들인 원고들도 간첩의 자식이라는 따돌림과 냉대 속에서 자라고, 신씨가 그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그 이후의 취업 등 사회생활 과정에서도 각종 불이익을 당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이 5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했다는 국가의 주장에도 재판부는 과거사위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7년 이전까지를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소멸시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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