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
남소연
그렇다고 내가 박근혜 의원의 모든 공약들을 백안시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의원의 공약 중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여성과 관련된 것들인데, 그것만큼은 그녀를 둘러싼 세력들과 별개로 그녀의 입김이 비교적 많이 작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녀는 여성으로서 다른 남성 후보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감정적으로라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비극은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시선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의원이 생물학적으로는 여자이지만, 사회정치적으로는 남성에 가깝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녀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아버지 박정희이며, 그녀를 둘러싼 세력들이 이 사회 마초이즘의 최고봉인 이상,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박근혜 의원 측이 생각해야만 하는 약점 중의 하나는 여성으로서의 박근혜일수도 있겠다. 비록 지금은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대선이 후끈 달아오른다면 박근혜 의원은 보수적인 남성으로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동시에 여성들로부터는 여성으로서 불분명한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공격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 주위의 50대 이상 여성들은 박근혜 의원에게서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며 동정심을 보이지만, 40대 이하 여성들은 그녀를 결혼도 하지 않은, 따라서 아이도 길러보지 않은 여성 아닌 여성으로 인식한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평균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정몽준 의원의 유명한 버스비 발언마냥 박근혜 의원이 지닐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라고나 할까.
그럼 박근혜 의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틀에 박힌 정답을 이야기한다고 한들 사람들의 편견은 달라지지 않을 터,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혼에 자식이 없어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대신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여성성을 고민한 뒤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 된다. 미니홈피를 통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을 과시하기 보다, 그녀가 여성이니까 그녀의 발언에 더 공감할 수 있는 뜨거운 이슈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농민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과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육아 이외에 여성성을 최대한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의원에게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추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지키고 있는 마지막 보루, 그곳.
물론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유기농지를 지키는 것이 여성성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에 따라서는 환경의 문제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