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가 부서진 성체를 쥐고 오열하다 지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다.
강정평화활동가 제공
8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 경찰이 가톨릭 미사를 업무방해 혐의라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성체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성체는 가톨릭 의식에서 예수의 몸으로 상징되어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은 이를 각별히 대한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오전 11시께 경찰은 가톨릭 사제들이 매일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진행하는 미사가 업무방해라며 이를 제지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과 주민들이 "어떻게 미사가 업무방해냐"고 항의하며 경찰과 마찰이 일어났다.
특히 경찰은 공사차량 등을 사업단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사제들과 신자들을 한쪽으로 '고착'시켰다. 성체는 그때 훼손되었다. 미사를 위해 문정현 신부가 들고 있던 성체가 경찰이 문 신부 등을 힘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문 신부와 함께 도로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문 신부는 도로에 떨어져 부서진 성체를 모으며 오열했다.
현장에 있던 한 활동가는 "경찰이 안내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작심한 듯 문 신부님 등을 힘으로 밀어냈다"며 "특히 경찰이 군홧발로 성체를 밟고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중에도 종교활동은 보장하는데 강정마을에선 평화로운 종교의례마저 업무방해라며 경찰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 가톨릭 사제는 "성체가 군홧발로 짓이겨진 참담한 상황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교단과 깊이 논의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미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미사와 상관없이 공사차량 진출입을 막았다"며 "명백한 업무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고착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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