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야경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워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근사한 야경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김영래
저녁시간이 지나, 배를 채워야 하는데 이대로 비싸고 난리 법석인 이곳을 그냥 내려가야하는가? 아니지 비싸거나 복잡하다는 것은 그냥 현상이며 그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찾으면 길이 있겠지. 가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에게 안정과 믿음을 줘야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몰래 난 상처와 굴욕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곳 저곳을 살피다다가 중식당의 빈 자리를 발견하고 저돌적으로 이끌었다. 언제 맘 먹고 다시 올지 모르는데 가장 높은 곳에서 밥을 먹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막상 들어 갔지만, 종업원들이 들락날락하는 입구자리 밖에 없었다. 창가 쪽 근사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일어나기에 그곳으로 옮겨 달라 했더니 예약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뉴판에서 좀 비싼 코스요리를 시켰더니 우리를 담당했던 메니져가 근사한 자리가 예약이 취소되었다며 옮겨 주겠단다. 아! 이건 뭐 돈의 맛이 아니라 돈의 힘이구나.
암튼 우리는 창가의 제일 근사한 자리에서 휘황찬란한 야경을 곁에 두고 여유있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아이들이 조금만 허튼짓을 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왜 그래 제일 높은 곳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이"하면서 은근 자존심을 살려 주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왠지 의미를 부여하면 큰 의미가 되는 것이 바로 세상일이 아닌가.
거의 자정이 되어 집에 도착했다. 여행 끝은 '집의 고마움'에 있다. 아무리 좋아도 집보다 좋을 수는 없다. 호텔에서 십여만 원을 주고 잤으니까. 우리집은 호텔보다 좀 더 낫다. 그러니까 이십만 원 곱하기 삼백육십오 곱하기 삼십년하면 이십여억 원에 달한다. 그 정도로 우리집은 좋은 것이다. 하루에도 이십여만 원씩을 벌면서 있으니까 열심히 닦고, 청소하고 관리해야지.
아! 여행. 매일 매일 여행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일년에 한 두번씩 내 일상 밖의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은 내게 소중한 것을 다시 새기게 해준다. 내게 있는 아주 작은 것들 조차도 귀찮거나 미워질 때면 일상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야겠다. 이번 거꾸로 가는 여름휴가는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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