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축구전쟁 앞두고 독도 간 MB의 꼼수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그는 왜 느닷없이 독도 분쟁지역 만들기에 나섰을까

등록 2012.08.10 19:45수정 2012.08.1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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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시간 10여 분 정도 독도에 머물렀으며,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기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시간 10여 분 정도 독도에 머물렀으며,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기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10일 오후 2시 독도에 입도한 뒤 2시간여 머물다 오후 4시경 섬을 나왔을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방문을 두고 SNS 상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 독도방문을 선택했을까요? 한일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중요 정치일정을 아무런 고민없이 결정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현 시점은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있고, 11일 새벽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놓고 한일전이 예정돼 있지요. 양국 국민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국민 곁에서 불을 확 지른 격일까요?

우선 청와대는 전날 기자들에게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유예)를 걸고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 시점은 오후 3시경입니다. 그 뒤로 이날 저녁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측과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들은 관계부처에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문의전화를 엄청나게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일본 <교도통신>의 첫 번째 보도로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사실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한국기자들이 '곰바우 물'(알고도 기사로 못 썼다는 언론계 속어)을 먹게 된 사연입니다.

청와대, 극비리에 '대통령 독도 방문' 추진... 왜?

 일본언론 아사히 누리집.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언론 아사히 누리집.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아사히 갈무리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행을 극비리에 추진했습니다. 새누리당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결정해서 추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전속 카메라 기자만 대동한 채 독도에 입도했다가 나중에 이를 언론에 알리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실이 알려져 오히려 비난의 맹폭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땅에 가는데 무엇이 두려워 몰래 독도에 갔다 오느냐는 거죠.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땅에 가는데 뭐가 두려워서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독도에 가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경우 딱히 댈 이유도 마땅치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언론 기자들에게 먼저 엠바고를 걸고 알릴 것은 알리되 미리 쓰지는 말기를 당부했던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방문했다. 사진은 헬리콥터 안에서 독도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방문했다. 사진은 헬리콥터 안에서 독도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청와대 제공

여하간, 이 대통령은 10일 전격 독도를 방문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는 이 시점에 왜 독도방문을 추진했을까요?

언론은 현직 대통령의 첫 독도방문의 의미를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합니다. 일본의 반발과 외교관계 급랭이 예상되는데도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독도를 간 것은 '국토 수호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신호라고 말이지요.

아울러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대일 외교에 대한 자신감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동안 독도에 대한 우리 외교는 '조용한 외교'였습니다. 독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든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8월 15일 광복절만 다가오면 일본의 극우파들이 나서서 독도를 분쟁지역화 했지요. 그러니 우리는 늘 독도문제를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던 것이지요.

실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울릉도를 방문했을 뿐 독도까지 직접 가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직접 독도까지 가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이 대통령이 결행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란 이후 독도 방문이라는 점입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어 1급 정보에 해당하는 군사정보를 일본과 함께 공유할 생각을 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어 한일 간에 돈독한 우애를 펼치려고 했던 MB와 독도를 방문한 MB는 과연 같은 MB인 것일까요? 뭐랄까… 외교와 정치의 일관성이랄까요? 그런 게 살짝 없어 보이지 않습니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독도 방문, 오락가락하는 대일정책

 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령'이라고 쓰여진 바위를 어루만진 뒤 기념촬영 제의에 "우리 땅인데 무슨 기념촬영…"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령'이라고 쓰여진 바위를 어루만진 뒤 기념촬영 제의에 "우리 땅인데 무슨 기념촬영…"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 아소 다로 총리와 만났을 때 원만한 한일관계를 위해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되고 석달만에 한일관계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던 것이지요.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사 문제라는 게 회담 때마다 새로 거론돼 특별히 계기가 있으면 모르지만 굳이 언급할 사안인가? 양국 간의 관계가 업그레이드 되는데, 무슨 지나가다 한 번씩 던지는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독도문제가 회담 때마다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유익하다 않다를 떠나 특별히 현안이 없는데 그걸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과 아소 다로 총리는 "오늘의 만남이 새로운 한일관계 발전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셔틀 정상외교가 정착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창수 전 청와대 NSC 행정관은 "임기 말년 이 대통령이 일본에 독도문제로 항의를 하려는 것은 너무나 잘한 일"이라면서도 "취임 석달 만에 대외정책을 절단냈던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독도에 대한 영토수호 의지를 보이는 것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먼저 선행해야 할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김 전 행정관의 말입니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한일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외교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부터 폐기해야 합니다. 연기해서 추진하려고 틈만 볼 게 아니라 진정으로 한일관계를 제대로 대할 의지가 있다면 그것부터 하는 게 순리지요."

 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주민 김성도·김신열 부부 등을 만났다.
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주민 김성도·김신열 부부 등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18%입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최악의 지지율이지요. 국정전반에선 부패의 악취가 납니다. 현직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구속된 정도지 않습니까.

런던 올림픽 3·4위를 가르는 한일 축구경기를 코앞에 두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국민 감정에 기대 자신의 지지율을 올려보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겠지요. 국정 운영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 생각은 안중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일 축구경기를 앞두고 대통령이 전격 독도까지 방문한 마당에 우리 축구 대표팀은 얼마나 부담이 될까요?

김 전 행정관은 "11일 한일 축구경기는 올림픽 정신으로 치러질 수 없다"며 "말 그대로 한일전쟁이 돼버렸다"고 걱정합니다. 그는 선수들을 엄청 걱정했습니다. 얼마나 부담스럽겠냐는 것이지요.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런던 올림픽에 쏠려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독도까지 직접 찾아가 불을 놓았으니, 이번 경기에서 패한다면 그것은 물리적인 외교전쟁에서 패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소설가 서해성씨는 이날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독도는 돌섬이란 뜻이다. 그 섬에 머물면서 물질하던 잠녀들이 붙인 이름이다. 거기 대나무는 없다. 竹島다케시마도 없다. 한일전 축구를 하는 날 MB의 독도행은 분쟁을 감정적으로 격앙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말년에는 육군병장도 내무반에 가만히 있는 법이다."

흥분한 경기장에서 만일의 사고가 터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 것일까요? 흥분한 관중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분은 예상을 하고 계실까요? 저는 왜 자꾸 그점이 걱정이 되는 것입니까.

끝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축구는 경기입니다. 올림픽 정신으로 뛰어야 합니다. 선수들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얽매여 부담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스포츠는 스포츠니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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