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 7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통합진보당 의원총회가 당사자인 이-김 의원을 비롯한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권우성
통합진보당 최고위원회가 보름여 만인 13일 열렸지만 구당권파와 혁신파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표출되는 장에 그치고 말았다. 본래 최고위는 지난 달 27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인 26일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이후 최고위는 취소됐고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강기갑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중앙위원회 소집 연기를 요청했다. 그는 "당헌당규대로라면 중앙위는 17일 전에 열려야 하지만 곧바로 중앙위를 개최하는 데 여건이 충분치 않다"며 "세 대결 양상이 일어나면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중앙위 소집 요구를 거두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당원과 솔직하게 토론하고 국민들과 대화하겠다"며 "의견 수렴 절차는 다양하고 폭 넓게 하겠다,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정치적 논의의 장을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번 주 중에 당내 책임 있는 인사가 참여하는 비상연석회의를 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반목과 갈등의 시간을 내려 놓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길로 시급히 나아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강기갑 중앙위 소집 연기 요청... 구당권파 "불리하다고 회의 안 열어?"그러나 구 당권파인 유선희 최고위원은 곧장 발언권을 신청해 "회의 구조가 혁신 측에 불리하다고 주관적으로 규정하고는 여건이 성숙되면 개최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당원이 선택한 구조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논의를 결정해야 한다"고 중앙위 개최 연기에 대한 거부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가속화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에 대한 의총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과 당원의 바람에 따라 진보적 정권교체·대선 승리를 위해 체제를 정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문제를 일단락 짓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에 혁신파인 천호선 최고위원이 발끈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까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과와 반성도 없는데, 상대보고 그저 분열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또 하나의 폭력·패권"이라며 "지금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건 분열을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내 합의를 통해 혁신을 이뤄나갈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 중앙위 연기 요구에 대해 "당 절차를 밟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 전까지 시간을 좀 더 갖고 당원들과 대화하고 당내 의견그룹들이 머리를 맞대보자는 제안"이라며 "이것을 당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절차로 확대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당권파인 이혜선 최고위원은 "통합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통합진보당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분열·분당행위로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혁신모임은 즉각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혁신파의 혁신모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해산을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양측 모두가 날카롭게 대립한 데에는 이 날 오후 열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중집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통합진보당 진성당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지 철회할지를 결정하는 중대 기로인 것이다. 어느 때보다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와 혁신파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 상황인 셈이다.
팽팽한 기싸움 속에 최고위원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기자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은 회의장 내부에는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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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2주만에 최고위 열었지만... 갈등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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