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
김종길
고요, 그리고 이어진 적막. 뜬금없이 눈앞에 나타난 초원에 놀란 아이들의 탄성조차 아득히 묻혀버린다. 그녀는 "오름! 오름!" 하며 알 듯 말 듯 연신 소리를 질렀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오름을 오르는 입구는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소가 나가지 못하도록 고안된 이 장치가 오히려 오름에 오르기 전 마음을 한번 여미게 한다.
적막을 깨고 나지막하게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젊고 발랄한 아가씨들이었는데 표정은 담담했다. 아니, 경건하기까지 보였다. 능선 사이로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우도는 능선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