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우리도 저거랑 같은 옷을 입었어요"라고 말하며 컨택터스 관련 뉴스 화면을 지켜봤다. A씨는 종종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본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들리는 '용역깡패'라는 말이 A씨의 마음을 짓누른다고 했다.
정민규
- 언제 일을 시작했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홈페이지에서 구했다. 인천과 부평의 시설을 보호하는, 경비랑 같은 거라고 했다.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7월 27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약 1500명이 모였다. 그 사람들이 각각 다른 회사로 분류됐고, 나는 지원가드로 갔다."
- 노사분규 사업장에 들어간다는 걸 전혀 몰랐나. "집합 당일에서야 '노조를 막는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싫은 사람은 가라고 했는데, 지방에서 오다 보니 갈 데가 없었다. (나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 사는 몇 명 빼고는 다 남았다.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이동하는데, 문학경기장에서 잠깐 멈추더니 강원도 원주시로 바뀌었다고 하더라. 원주시 문막동 만도 1·2공장 두 군데에서 정문과 후문, 옆문에 서 있었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됐는지. "오후 1시~새벽 1시까지 번갈아 가며 일했다. 8시간 근무, 8시간 대기, 8시간 휴식을 한다. 대기도 근무다. 당시에는 노조가 휴가를 가서 없었는데 노조가 오면 대기하고 있다가 (근무조에) 합류한다. 일 자체는 고되지 않는데, 낮밤이 바뀌어서 생활하는 게 힘들다. 잠은 옥상에 있는 대강당 바닥에 침낭 깔고 잤다. 여태껏 본 침낭 중에 제일 얇았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추울 정도였다."
- 경비용역은 다른 것보다 일당이 높다던데. "하루에 10만 원씩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실제로는 하청업체냐 원청업체냐에 따라 급여가 달랐다. 집안 형편 때문에 예전에 공사장이나 발전소 막노동을 많이 했다. 많이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시급도 6만 7000원 정도로 낮다. 근데 용역은 10만 원을 준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을 했는데, 이번에 돈 벌면 (학기 중에는) 공부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고 싶다."
- 28살에 대학 2학년이면 늦은 편이다. "돈 때문에…. 원래 다른 대학을 다녔는데 형편 때문에 그만두고 일을 많이 했다. 그때 포기했던 이유는 학비도 있고 생활비도 컸다. 자퇴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 막노동도 계속 했고, 옷 장사에 술집 아르바이트, 웨이터도 해봤다."
"이번에 돈 벌면 학기 중에는 공부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 이번에 용역 일을 중간에 그만두게 된 이유는 뭔가. "근무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함께 일하던 40대 아저씨가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하니까 용역업체 직원이 '참견하지 말라'는 식으로 무시하더라. 욕을 하거나 비아냥거릴 때도 잦았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별다른 이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뭐하고 살았냐'고 무시하고, 자기들 잘 때 문 여는 소리에 깬다며 욕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을 (경비) 세워놓고, 직원들은 들어가서 자거나 게임하며 쉬었다. 폭력은 없었지만 '패야 한다, 때릴 거다'란 얘기도 많이 했다. 그런 비인격적 처우 때문에 다들 나가려고 했다. 대부분 8월 8일 그만뒀다. 나도 여유가 있었다면 (진작) 그만뒀을 것이다."
- 마음이 불편하거나 스트레스가 컸나 보다. "그렇다. 그런데도 또 (원서를) 넣어놨다. 남은 방학 기간에도 일을 해야 한다. 대기하고 있다가 연락이 오면 가야 한다. 이번에 가면 250만 원 정도 모을 수 있다. 안 가면 생활비를 마련 못하니까…. (용역 아르바이트하는) 애들 대부분이 그럴 거다. 우리끼리 뉴스 찾아보면서 '사람들이 우리들 보고 용역 깡패라고 하네'라고 이야기한다. 애들이랑 인천공항 매각 같은 사회 문제도 대화했다. 생각 없는 애들이 아니다. 다른 일에 비해 돈을 많이 주니까 용역을 선택한 거다."
- 새로 일하게 될 곳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을텐데. "전문 용역들이 맨 앞줄에 있고,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뒤에서 인원수를 채워준다. '공장 뺏기(노조가 농성 중인 공장을 용역업체와 사측이 점거하는 것)'는 전문팀이 따로 있다. 그 사람들은 돈을 더 받는다. 뒤에서 막는 사람들은 30~40%가 대학생이다."
-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고 '만도는 귀족노조'란 사람들도 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만도 직원들은) 귀족노조가 맞는 것 같다. 그 사람들 일하는 건 못 봤는데, 2교대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그런 환경 때문에 돈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할 수 있다. 하지만 9000만 원은 많은 것 같다. 금속노조 자체도 너무 폭력적이다. 용역회사에서는 노조가 각목과 파이프 들고오면 맞서지 말고 도망가라고 했다. 막지도 말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조롱을 한다. 동영상을 보거나 경험자들 이야기 들으면 부모를 욕하거나 뭔가를 집어던지기도 했다더라."
- 하지만 SJM 사태 계기로 용역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린 용역깡패가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칭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좋겠다. 스토리를 자세히 보면 좋겠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게 아니라 선택을 강요받는다. 회사(용역업체)에서 '하기 싫으면 꺼져라'고 해도 포기할 수가 없다. 원주까지 갔는데, 하지 말라는 얘기 들었다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 말 듣고 돌아가면 챙겨가는 돈도 없고, 교통비도 못 건진다.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사는 게 힘드니까…. 거기 있던 분들 대부분 그랬을 거다.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용역업체여야 한다. 저한테 돈 준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도 않았을 거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게 아니라 선택을 강요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