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의 넓은 공간이 세계 최대 호랑이 사육지인 동북호림원이다.
신정임
중국의 행정지명은 성(省), 현(縣), 향(鄕), 진(鎭), 촌(村)으로 내려간다. 하얼빈은 헤이룽장성의 성도로 중국에서 10번째로 큰 도시다. '하얼빈'은 '그물을 말리는 곳'이란 뜻의 만주어다. 예전엔 불과 몇 가구 살지 않는 작은 어촌마을이었는데 19세기에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장하면서부터 도시로 급성장했다. 하얼빈은 '백조 목 위의 진주'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부터 흘러오는 아무르 강이 하얼빈을 지나가는데 그 강이 백조를 닮았단다. 중국에선 아무르 강을 헤이룽강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겐 흑룡강으로 더 익숙하다.
러시아와 맞닿아 있고 러시아 영토였던 적도 있어서 그런지 버스가 지나가는 거리엔 러시아풍 건물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늘 보던 네모반듯한 고층빌딩들이 별로 없다. 건물에 풍차 바람개비를 다는 등 건물들이 제각각 멋을 냈다. 도시가 품은 역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탐방지는 동북호림원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호랑이 사육장인 동북호림원엔 1000마리에 가까운 호랑이들이 살고 있다. 멸종된 한반도 호랑이와 유전자 구조가 일치하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도 멸종 위기종이어서 이곳에서 어느 정도 키우면 야생으로 방사하기도 한단다. 매일 주는 먹이만 받아먹는데 익숙한 호랑이들이 야생에 나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들이 새끼를 낳았다는 뉴스를 얼핏 봤던 기억이 난다. 동물의 생존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질긴 게다.
동북호림원도 상상 이상이었다. 우선 큰 규모에 입이 벌어졌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도는데도 끝이 없다. 호랑이를 어쩌다 한 번 보는 것도 아니다. 곳곳에서 나타난다. 백호도 보인다. 전 세계에 10마리뿐이라는 호랑이와 사자의 교미종도 2마리 있다.
날쌔게 오리 잡아먹는 호랑이, 사파리는 저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