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유스케 <다크 존>지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으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기시 유스케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서울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엘북스
"<다크 존>은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는 나의 열 번째 작품이다. <악의 교전>, <검은 집>, <신세계에서> 등 그간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은 모두 기대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에 더해 이번 <다크 존>까지 번역 출간되어 다시 한 번 한국의 독자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동안 이 작품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주신 한국의 많은 독자들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기시 유스케(貴志祐介)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가 일본 장기를 주춧돌로 삼은 독특한 소설 <다크 존>(한성례 옮김, 씨엘북스) 한국어판을 펴내고 저자 사인회와 독자와의 대화를 갖는다. 저자 사인회는 18일(토) 낮 2시~3시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독자와의 대화는 같은 날 낮 3시 20분~4시 30분까지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카페 '시인'에서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기시 유스케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서울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 유스케 소설은 공포와 추리를 밑그림을 깐 엔터테인먼트 문학이지만, 재미나 흥미뿐만 아니라 사회성이 짙게 깔려있다. 이 점이 일반 호러소설(공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과 다르다.
<다크 존>은 '일본 장기 개요', '군함도', '일러두기'에 이어 제1국부터 제8국까지 이어지는 '일본 장기'를 주춧돌로 삼은 판타지+SF+호러소설이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영화나 게임에서 장기 혹은 체스 룰을 따라 짠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기시 유스케는 현실과 가상이라는 세계를 오가며 게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싹싹 훑는다.
<다크 존>은 암흑과 죽음, 이별이라는 슬픔이 뭉쳐진 공간"'새벽은 오지 않는다.' / 키클롭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무정하게 들렸다. '다크 존에는 태양이 없다. 달이 뜨고 질뿐이다. 그 간격은 정확히 세 시간이다. 즉 세 시간마다 여명과 어둠이 반복된다.' / 황당무계함에도 정도가 있지, 쓰카다는 어이없는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설명에 수긍이 갔다. '저, 정말이야! 그 녀석들이 오고 있어!' / 방금 밖으로 나갔던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그 뒤로 또 한 명이 따라 들어왔다.'그 녀석들이라니? 아니, 그보다 어디에 있다는 거야?' / 쓰카다가 다그쳤다. / '저기야! 파랗게 빛이 났어. 우리처럼 말이야. 여러 명이었다고!' / '저기가 어디야?' / '우리는 이 건물에서 내려가면서 밖을 살펴봤어. 왼쪽으로 긴 담벼락이 늘어섰더라고. 그 너머로 바다가 있을지도 몰라. 파도 소리는 안 들렸지만...' / 밖에서 돌아온 남자가 쫓기듯이 설명했다." -24쪽. 일본에서 장기는 국민오락이라 불릴 만큼 큰 인기다. 이 장기를 전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자신과 싸워야 하고, 대결 상대와도 뜨거운 싸움을 펼친다. 기시 유스케는 그들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쓰카다 히로시라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쓰카다 히로시는 프로 장기 기사가 되기 위해 인생 모두를 걸지만, 승부에 눈이 먼 나머지 소중한 것들을 다 잃어버리는 가여운 사람이다.
'다크 존'이라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지닌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곳은 번뇌가 춤추는 세계이다. 암흑과 죽음, 이별이라는 슬픔이 뭉쳐진 공간이다. 이 소설에서는 '다크 존'과 현실이 번갈아 나오지만,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지옥인지 독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작가가 복선을 깔아놓아 마무리에 이를 때까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약 이 책을 읽으면 머리 곳곳에 게임 영상이 떠오를 것이지만, '다크 존'에 나오는 장기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색다른 재미가 줄줄이 따라온다. 만약 영화에 포옥 빠진 사람이라면 영화를, 판타지에 포옥 빠진 사람이라면 판타지를, 해리포터 팬이라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체스장면이 이어질 게 뻔하다.
나가사키(長崎) 현에 있는 '하시마(端島) 섬'이 모델"쓰카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나는 대체 무얼 보고 있던 건가. / 쓰카다는 다시 눈을 부릅떴다. / 지금에서야 어떻게 싸웠어야 했는지를 겨우 알았다. / 이 게임의 본질은 역시 장기였던 것이다. 햇병아리 장기꾼이라면 장기를 두듯이 싸워야 했다.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나 내내 싸움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한 것이 죽을 만큼 후회스럽다.지금 생각해 보니 이게 장기라는 힌트는 많이 있었지 않은가! / 잡은 말을 둔다는 장기와 똑같은 규칙. / 죽은 자는 산 자보다 열 배 강력하다는 키클롭스의 말. / 그리고 헥스라는 칸의 존재. / 한 번 더 싸울 기회가 있다면... 쓰카다는 이 세계의 창조주를 향해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명국을 보여 줄 텐데..." -490쪽프로 장기 기사가 되는 것이 인생 목표인 쓰카다 히로시. 그는 어두컴컴한 폐허에서 눈을 뜬 뒤 영문도 모른 채 붉은 아우라로 뒤덮인 병사 17명을 이끌고 푸른 아우라를 두른 청군과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인다. 그곳은 '다크 존'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세계다. 병사들은 쓰카다 히로시가 지닌 전략과 전술에 따라 적군 왕을 죽이기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
이 다크 존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일본 장기와 비슷하다. 전쟁은 반드시 적군 왕을 죽여야만 이기며, 적군 말을 잡으면 아군 말로도 쓸 수 있다. 모두 일곱 번 대국을 치러 먼저 4승을 이룬 자만 살아남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전투 속에서 무참하게 적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쓰카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대체 왜 이곳에 왔을까. '다크 존'은 현실인가 비현실인가. 아니면 지옥의 아수라장인가.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주인공은 다크 존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 소설은 다크 존 대국이 한 번 끝날 때마다 현실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바로 이 '단장(斷章)'을 통해 그 물음표를 풀 기회를 얻는다.
이 소설은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에 있는 '하시마(端島) 섬'을 모델로 삼았다. 하시마 섬은 빼곡하게 들어찬 건물이라든가 독특한 겉모습이 마치 군함과 비슷하다고 하여 군함도(軍艦島)라고 불리며, 지금 일본에서 폐허 마니아들 필수 관광지로서 이름이 드높다. 작가는 이 '군함도'에 판타지와 호러 요소를 더해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세계를 만들었다.
"빛을 그리려면 검은색으로 배경을 칠해야"기시 유스케가 펴낸 판타지+SF+호러소설 <다크 존>은 현실과 상상을 자유스럽게 넘나들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거칠게 헐떡이는 삶, 그 속내를 발가벗기고 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상상을 짓누르고 있는 것인지, 상상이 현실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것인지 헛갈린다. 분명한 것은 현실과 상상 그 사이에 우리들 삶이 뻗어 있다는 것이다.
기시 유스케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는 "빛을 그리려면 검은색으로 배경을 칠해야 하듯이 희망을 말하려면 잔혹한 인간의 면모를 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 소설을 통해 현실에서 외면하기 쉬운 더럽고 악한 인간 본성을 똑바로 보라는 뜻이자 그 속에서 삶이라는 가치를 다시 확인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