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6번' 보도블럭보다 자주 바뀐 MB교육과정

[2009개정+2011개정교육과정 문제⑤] 교사도 바보로 만든 교육과정 잔혹사

등록 2012.08.22 11:27수정 2012.08.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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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들어 학교교육의 설계도와 같은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어서 문제라는 것은 교육계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자주 지적하였다. 보통 교육과정 개정은 5년 주기로 이루어져 새 교과서로 5-6년간 배우기 때문에 대통령 재임 중에 1번 바꾸기도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5년 주기 전면개정방식을 교육과정 일부 내용만 바꾸는 수시개정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2012년 7월에 고시되어 가장 최근에 고시된 2009개정교육과정입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따로 못붙여 2012-14호로 불러야 합니다.
2012년 7월에 고시되어 가장 최근에 고시된 2009개정교육과정입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따로 못붙여 2012-14호로 불러야 합니다.교과부

올해 마지막으로 고3이 배우고 있는 7차교육과정은 김영삼 정권 때 만들어지고 김대중 대통령 때 교과서를 개발해 노무현, 이명박 정권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는 노무현 정권 때 만든 2007개정교육과정이 2009년에 시행되는데도 겹치기 개정을 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것은 시작일 뿐 그 뒤로도 여러 번 바뀌어서 실시간에 누더기 교육과정이란 말을 듣고 있다. 그러면 대체 MB정권에서 교육과정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MB정권 교육과정 개정사

2008년 9월 보건교육과정 개정(2008보건교육과정)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개정(2008개정영어교육과정)
2009년 12월 23일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2009-45호)
2011년 8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고시(2011-361호)
2012년 3월 초중등교육과정 고시(2012-3호)
2012년 7월 초중등교육과정 고시(2012-14호)

(* 유치원과 특수학교는 제외)


올해부터 시행되는 주5일 수업도 사실 교육과정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이지만, 이걸 빼더라도 6번이나 된다. 교육과정이 수시개정 체제로 바뀌면서 이제 학교교육과정은 크게 변하지 않고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했는데, 오히려 수시전면개정으로 학교현장은 쑥대밭이 되어버린 셈이다.  

2011개정을 2011개정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러다 보니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조차 내용은커녕 교육과정 이름도 제대로 못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과정 이름이 전면개정기에는 1차, 7차라고 불리다가 수시개정시기에는  2007개정, 2008개정처럼 바뀌는 해의 이름을 붙이기로 하였다. 2009개정교육과정까지는 이런 추세대로 갔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교과군, 학년군, 집중이수제 같은 운영방법에 변화를 주고 교과서는 바뀌지 않아 2007개정교과서를 쓰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도 처음이라 교사들은 여러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교과교육과정을 바꾸면서 교육과정 이름이 갑자기 이상해져 버렸다. 수시개정 방식을 따르자면 2011개정교육과정이라고 해야 하는데, 고시문서 번호는 2011-361호이고 이름은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이라고 부르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고시만 하고 책꽂이에 꽂아놓는 문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교육의 설계도이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늘 실현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하다보면 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고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가 없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미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데 2009가 또 나오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23일날 2009개정교육과정(총론, 25번)을 고시하면서 26번은 고등학교 국어, 사회, 도덕, 과학 교과를 고시한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내용이라고 써있습니다.
2009년 12월 23일날 2009개정교육과정(총론, 25번)을 고시하면서 26번은 고등학교 국어, 사회, 도덕, 과학 교과를 고시한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내용이라고 써있습니다. 교과부

 2011년 8월 9일에 고시된 교육과정 게시판입니다. 현장에서는 위 게시판 26번 내용을 2009개정교육에 따른 국어, 사회 교육과정이라고 하는데 2011년에 또 같은 이름의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습니다. 교과부 교육과정교과서 서비스 사이트 화면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2011년 8월 9일에 고시된 교육과정 게시판입니다. 현장에서는 위 게시판 26번 내용을 2009개정교육에 따른 국어, 사회 교육과정이라고 하는데 2011년에 또 같은 이름의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습니다. 교과부 교육과정교과서 서비스 사이트 화면을 갈무리한 것입니다.교과부

그렇다고 교사들이 이야기할 때나 학부모, 학생에게 설명할 때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은 원래 2009개정교육과정이 2009년에 고시되었는데 총론이고 교과내용은 바뀌지 않았다가 2011년에 다시 교과내용만 개정한 것이라고 해야 거라 이름이 이렇다더라 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차라리 이해하기 쉽게 기존의 법칙을 따라 2011개정교육과정이라고 하면 교육과정 존재를 인식하기가 훨씬 낫다.


교과부는 뻔히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아마 2011개정이라고 이름붙이고 2013년에 시행하면 너무 졸속 느낌이 나서 이를 숨기려는 꼼수라는 의견이 많다. 원래 2014년부터 시행하려다가 무리하게 1년이나 당기려고 교육과정을 5개월만에 만들었고 교과서도 졸속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호, 14호, 교육과정이 죄수야?

문제는 이렇게 이름조차 제대로 못만든 상황에서 올해 벌써 교육과정을 또 바꿨다. 3월에 부분적으로 바꾼 데다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며 7월에 또 새교육과정을 고시하였다.(관련기사 : <학교폭력 때문에 교육과정 개정? 아예 따로 만드시죠!>)

대체 이번에는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고시문이나 보도자료를 보니 아예 이름이 없이 "초중등교육과정 교과부 고시 2012-14호" 라고만 나와 있어 마치 죄수번호를 붙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나라의 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뀌다보니 인식하고 부를 이름도 하나 못 붙이고 번호로 불러야 할 정도이다.

 교과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교과서 서비스 첫화면입니다. 새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여기에 문서가 올려집니다. 교과서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교과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교과서 서비스 첫화면입니다. 새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여기에 문서가 올려집니다. 교과서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교과부

이 때문에 교육현장에서는 "또 바꿔?" 하면서 현행 교육과정, 개정 교육과정 구분 자체를 못하고 서로 말하는 교육과정이 몇 번째, 몇 년도 것인지를 한참 동안 따져야 소통이 될 정도가 되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대체 어떤 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하는지 교과부에 애타게 물어보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 방식이 현장과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폭력적으로 되다 보니 이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만 네 가지? 나 교육과정 아니무니다!

이런 가운데 고등학교에서는 2009년과 2011년에 고시된 교과교육과정 이름이 같아서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교과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을 고시할 때 초등학교, 중학교는 교과교육과정이 그대로였지만, 고등학교는 국어, 사회, 도덕, 과학 등 일부 교과 내용을 바꿔서 고시했다.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공통교육과정이지만, 2009개정교육과정은 고등학교 전체가 다 선택교육과정이 되어 교과내용을 일부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 때 개정된 교육과정을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과정"이라고 하여 작년(2011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2011년 8월 9일에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을 또 고시한 것이다. 이러니 고등학교에서는 학년에 따라 '2009년에 개정된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1년에 개정한 2009 개정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한다.

자료실에서 1038번으로 올라온 중등교육과정 ppt를 보다가 의문이 생겨서 글을 올립니다.
그 ppt의 시작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고 쓰여 있는데, '현행'이라고 표현된 국어의 선택과목의 편제(국어, 화법과 작문 I, 화법과 작문 II, 독서와 문법 I, 독서와 문법 II, 문학 I, 문학 II)는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 2009-41호에 따르는 국어 교육과정'입니다.

문제는 제 2009-41호에 따르는 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 해설서의 5쪽 'II.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이라는 제목으로 쓰여 있는 글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개정된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을 2009년 12월에 개정 고시하였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는 1학년~9학년의 공통 교육과정과 고등학교의 선택 교육과정 체제를 새롭게 도입하였다'라고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이것은 2009 개정교육과정이란 의미가 아닌가요? 그러니 보는 저희 입장에서는 '2009년에 개정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2011년에 개정한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개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니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만약 용어 사용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2014년에 고1부터 '2011년에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서 교육과정이 짜여지고 교과서를 받는다고 하면, 2014년에는 고1은 '2011년에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는 교육을 받고, 고2는 '2009년에 개정된 2009 교육과정'에 따르는 교육을 받는 셈이 되어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하거나 교과서를 선정할 때 혼란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2012.2.19일 교육과정의견 1511번)

 위 사진은 2009년 12월에 고시된 사회과 교육과정이고 아래는 2011년에 고시된 사회과교육과정입니다.같은 2009개정교육과정인데 2014년에 고교 2학년은 위의 것, 1학년은 아래 사회를 배우게 됩니다.
위 사진은 2009년 12월에 고시된 사회과 교육과정이고 아래는 2011년에 고시된 사회과교육과정입니다.같은 2009개정교육과정인데 2014년에 고교 2학년은 위의 것, 1학년은 아래 사회를 배우게 됩니다. 신은희

이런 대답이 들어와도 교과부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2011년에 고시된 것을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만 강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번이나 개정되어 학교현장에는 '2012년 3월에 개정된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2년 7월에 개정된 2009개정교육과정'까지 같은 이름 4가지 버전이 뒤섞이게 되었다. 그야말로 "나 교육과정이 아니무니다"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과정 이름 뭐냐는데 동문서답하는 교과부

교과부에서는 어떻게 이런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고 이름도 엉터리로 붙인 것일까?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많은 교사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교과부가 만든 교육과정 교과서 서비스 에 가면 교육과정 이름을 묻는 교사들이 많다. 본인도 혼란스럽고 학교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에는 교과부 교육과정기획과에서 대답을 했는데, 최근에는 교과서재단에서 답을 하는데 내용을 잘 모르거나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해서 분통을 터뜨릴 정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질문 : 그러면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361호가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어과 교육과정이라면.. 2009년에 총론과 함께 발표된'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 2009-41호에 따르는 국어 교육과정'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고등학교 교사)

대답 : 000 선생님 참 좋은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교육과정을 공부하시고 교사가 되셨다면 우리나라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알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설계도'인 교육과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흔히 기본적인 큰 틀을 먼저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더 세부적인 사항을 만들게 됩니다. 이 기본적인 큰 틀을 '교육과정 총론'이라 할 수 있으며, 이 큰 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더 세부적인 교육내용을 '교육과정 각론' 즉 '교과 교육과정'이라고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1) 2009년 12월 23일,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개정, 고시한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09-41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은 기본적인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과정 총론'의 개정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교육과정 총론에는 이 교육과정의 성격, 추구하는 인간상, 교육과정 구성의 방침, 학교급별 교육목표, 편제와 시간(단위)배당,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 평가사항 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2) 2011년 8월 9일,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개정, 고시한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361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은 2009년에 고시한 기본적인 큰 틀(총론)에 따라 국어,수학, 사회 교과 등의 각 교과의 교육과정을 개정한 '교과 교육과정(각론)'의 개정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교육과정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교과 교육과정에는 각 교과별로 각 교과의 교육목표, 내용, 방법, 평가에 대한 사항이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다른 시기의 교육과정보다는 총론과 각론 개정 사이의 텀(기간)이 길었다는 점은 있고 총론의 부분 수정은 있었으나 기본적인 큰 틀은 동일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이해되셨는지요? 교육과정 개정 업무 추진의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보면 쉽게 이해되시리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답변은 긴데 내용을 보면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할 때 고등학교는 교과내용도 일부 바꿔서 고시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일부러 말을 안하는 것인지 총론만 개정했다고 대답했다. 또 교육과정 이름을 알려달라는데 교육과정 개정 과정을 말하고 있어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다른 교사의 질문에도 이런 식의 동문서답이 여러 번 나타나자 교사들이 아예 질문을 하지 않을 지경이다.

교육 4대강 사업 2009개정교육과정, 교육 현장 와해시키려나?

MB정권에서 교육과정은 4대강만큼이나 수난을 겪었다. 시행도 안된 걸 문제가 많다고 뜯어고치고, 예체능 줄이고 국영수 몰입교육이라니까 예체능 못줄이게 하고, 학교폭력 심하다고 체육 늘리게 하고, 인성교육 안된다고 예체능은 집중이수에서 빼라고 하고. 그러면서 2007개정교육과정과 비교할 수 없이 완전 이상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교육과정 개발과 교과서 개발, 인쇄에 들어간 수 십억원이 낭비되고, 고등학교는 교과서 가격 인상으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늘려주고 있다.

초등학교는 안그래도 해마다 교과와 학년이 바뀌는데 교육과정이 계속 바뀌면서 교육의 안정성 자체가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퇴임하고 교과부 관료들은 승진하고 교과부를 뜨면 그만이지만 학교현장은 두고두고 혼란을 겪어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2011개정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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