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의 표지. 표지의 문자는 '갈 행行'의 고古 문자 랍니다.
주)알마
글·사진 이지누, (주)알마 출판의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는 지난 4월 전남지역에 산재해 있는 폐사지 답사기 <바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에 이어 전북지역에 산재해있는 폐사지를 답사하며 기록한 폐사지 답사기입니다.
저자는 전북지역에 산재해 있는 폐사지 8곳, 남원 만복사터, 남원 개령암터, 남원 호성암터, 완주 경복사터, 완주 보광사터, 고창 동불암터, 부안 불사의방터, 부안 원효굴터를 답사합니다.
어떤 폐사지에는 한밤중에 도착하고, 어떤 폐사지는 이른 아침에 도착합니다. 밤에 도착한 폐사지에서는 달빛과 별빛에 비춘 흔적을 찾아내고, 이른 아침에 도착한 폐사지에서는 아침 이슬에 머금은 미륵의 미소를 발견합니다.
1200년이면 고려 제20대 왕인 선종(재위 11971204)이 왕위에 있을 때다. 당시는 고려 중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므로 대체적으로 이 시기를 여말선초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마애불이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친 어느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려 중기에 이미 마애불에 대한 기록이 어엿하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술사가들은 고려 후기나 조선 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는 이규보의 잘못이 아니라 미술사가들의 문제다. - 본문 229쪽 -
고창 동불암터를 소개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폐사지를 답사하는 저자의 발걸음은 그냥 폐사지를 둘러보는 구경꾼의 눈이 아닙니다. 터에 서린 비기를 찾는 마음은 숨은 그림을 찾는 절실함이고, 흔적으로 남은 역사를 고증하는 자세는 모자이크 퍼즐그림을 맞추듯 검토하고 검증하는 애틋한 마음입니다.
사료를 통한 검증까지 곁들인 꼼꼼한 답사폐사지를 찾는 발걸음은 절실했고, 흔적에서 역사를 찾는 마음이 애틋했기에 고창 동불암터의 마애불을 여말선초의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미술사가들을 향해 '이는 이규보의 잘못이 아니라 미술사가들의 문제다'라고 당당하게 지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