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부림'에 당황한 경찰, 일반 시민 같았다"

[스팟인터뷰] 피해자 응급처치한 김남섭 쌍용차노조 사무국장

등록 2012.08.23 16:40수정 2012.08.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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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와 수원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당시 주변에는 경찰 기동대가 있었음에도, 맨 먼저 피해자를 응급조치하고 범인을 쫓아낸 것은 시민들이었다.

22일 오후 7시 15분경 금융업체 출신인 김아무개(30)씨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 뒷길에서 전 직장 동료 두 명을 찌른 후 달아났다. 함께 근무할 당시 실적 저하 등을 이유로 자신을 비하했던 이들이었다.

김남섭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42)은 "젊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에 '혹시 (우리랑) 연대하는 분들인가' 싶어 가봤다"며 "젊은 남자가 허리 위쪽을 칼에 찔려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a  김남섭 쌍용차노조 사무국장은 8월 22일 '여의도 칼부림' 피해자의 응급처치를 도왔다. 당시 근처에 있던 경찰은 "주로 시위를 막던 이들이라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김 사무국장은 말했다.

김남섭 쌍용차노조 사무국장은 8월 22일 '여의도 칼부림' 피해자의 응급처치를 도왔다. 당시 근처에 있던 경찰은 "주로 시위를 막던 이들이라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김 사무국장은 말했다. ⓒ 박소희

김 사무국장은 지난 8일부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쌍용차 해고자 동료들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농성해 왔다. 23일 오전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날 때에도 그는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민주노총의 '정리해고 사업장 1박 2일 집중 투쟁' 집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김 사무국장 따르면 피해자 김아무개(32·남)씨는 다친 부위를 자신의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 2명이 근처 카페에 지혈도구를 구하러 간 사이 한 시민이 손수건을 건넸다. 김 사무국장은 그 손수건으로 김씨의 지혈을 도왔다.

김 사무국장은 길 건너편에 쓰러져 있던 또 다른 피해자 조아무개(31·여)씨는 자동차에 가려져 보지 못했지만, 조씨가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 사무국장은 "다친 김씨는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 '자꾸 졸리다'고 했다"며 "카페 밖에 앉아 있던 시민이 자신의 의자를 범인에게 던지며 위협한 덕분에 범인이 달아났는데, 안 그랬으면 더 많이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국회 앞 큰 길 방향으로 도망친 범인은 지나가던 김아무개(31·남)씨와 안아무개(32·여)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김 사무국장은 "새누리당 당사 앞에 경찰들이 많았지만 처음에는 2명이, 그 다음에 몇 명씩 움직였다"며 "나중에야 곤봉과 방패를 들고 출동했고, 기동대 책임자도 늦게 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범인과 20분 정도 대치하던 경찰은 부랴부랴 테이저건(전기총)을 가져왔고, 이를 쏴서 김씨를 붙잡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주로 시위·집회 현장에 투입되는 전·의경이어서 흉기난동이 일어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범인이 이미 달아나서 누구인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불안해했는데, 경찰이 시민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했다"며 "일반 시민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았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던 사람들의 분노가 범죄가 일어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지병이나 자살 등으로 22명이 세상을 떠난 것과 연결시켜 "그 분노가 죽음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개인들의 갈등은 앙갚음 등으로 풀 수 있겠지만 우리는 상대가 국가 등으로 거대하다 보니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이) 보복이 아닌 극단적 죽음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쌍용차 #여의도 칼부림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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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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