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TORS' 사라진 현대차 본사, 왜?

[현장] '납치폭행, 신규채용 꼼수, 현대자동차 규탄' 기자회견

등록 2012.08.23 17:21수정 2012.08.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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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리는 가운데, 사측이 'HYUNDAI MOTOR GROUP'과 자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렸다. 아래 사진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렸던 천막을 걷어낸 표지석의 모습.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리는 가운데, 사측이 'HYUNDAI MOTOR GROUP'과 자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렸다. 아래 사진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렸던 천막을 걷어낸 표지석의 모습.권우성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자동차'는 완전히 사라졌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8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가운데, 현대차 측은 주변에 보이는 모든 회사 상징물을 감췄다. 'HYUNDAI MOTORS'가 적힌 높이 3미터 가량의 대형 화강암은 회색 천으로 덮였고, 바리케이드로 세워놓은 관광버스 3대에 적힌 이름도 꽁꽁 감췄다. 현대차가 사내 불법하청과 비정규직 문제로 거세지는 사회적 비난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최근 현대차는 2015년까지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1만3000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을 단계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인원은 사내하청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에 '불법'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근본적 해결이 아닌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청노동자의 경력을 무시한 '신규채용' 형태도 논란이다. 게다가 이에 반발하는 비정규직노조 간부에 대한 폭행과 납치도 도마에 올랐다. 대학가에서는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는 선언이 이어지고 사회 각계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리는 가운데, 사측이 'HYUNDAI MOTOR GROUP'과 자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렸다.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리는 가운데, 사측이 'HYUNDAI MOTOR GROUP'과 자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렸다.권우성

"현대차 폭력사태도 국회 청문회에서 다뤄야"

이날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신규채용 안은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사내하청이라는 불법고용을 용인하며 전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꺾는 기만적인 내용"이라며 "올해 3월 정몽구 회장에게 456억, 정의선 부회장에게 222억 등 사상최대의 주식 현금배당을 했는데, 이는 비정규직노동자 3000명 이상을 한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해왔던 탐욕의 재벌 정몽구 부자가 앞으로도 계속 착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은 지난 2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를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최씨의 복직을 명령했지만, 현대차는 불복해 또 다시 수년이 걸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씨 이후로 현대차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건 사내하청 노동자는 1900여 명에 달한다. 현대차는 최씨의 대법 판결을 앞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비용으로 2600억 원을 책정하며 난색을 표했지만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순이익 8조1000억 원의 3.2%에 불과하다.


공동행동은 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밤낮으로 일해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그런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용역깡패와 경비대를 동원해 납치와 테러, 집단폭력을 가했다. 납치테러의 책임자를 모두 구속해야 하며, 정몽구 회장은 야만적 테러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4명이 용역경비직원과 현대차 보안팀 직원에게 집단폭행 당하고 감금 납치된 일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경비직원 20~30여 명이 김성욱 노조 조직부장과 이진환 선전부장을 집단 폭행하고 감금, 납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정규직노조가 하루 파업을 벌인 이튿날이었다. 이들은 목이 졸리고 얼굴을 가격 당한 채 울산동부경찰서로 끌려갔다. "노조간부들이 불법점거를 시도했다"는 이유였지만 경찰은 간부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같은 날 오후 6시에도 천의봉 노조 사무장과 이도한 총무부장이 납치돼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현대중공업과 울산 꽃바위 근처에 버려지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현대차가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납치하는데 공권력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이들을 현행범으로 연행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국회에서 쌍용자동차 사태와 용역폭력에 대한 청문회가 개최되는데 이번 현대차와 용역들이 벌인 폭력도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도 꼼수만 부리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동법을 개정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규직노조와 함께 비정규직 노조에 14명까지 출입할 수 있게 합의를 했는데, 이 합의를 어기고 대규모 무단공장진입 시도가 있었다. 14일 정식으로 퇴거 요청을 한 상태"라며 "당시 간부 2명이 노조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비정규직 노조가 합의사안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퇴거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약간 과민하게 반응하긴 했지만 밀고 밀리는 실랑이 정도가 있었을 뿐 폭행, 납치, 감금이라는 말은 너무 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상징물을 모두 가려놓은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오늘은 별 일이 없었지만 집회가 있을 때면 계란을 던지고 페인트칠을 하는 일이 있어 회사의 얼굴을 보호한다는 차원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정규지노조)는 2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측이 제시한 비정규직 인원 3000명 신규채용 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릴 예정인 가운데, 경비 직원들이 버스로 회사 출입구 일부를 막은 뒤 차에 붙은 회사 로고를 파란 스티커를 붙여 가리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만들기 1000만 선언 공동행동' 주최로 '납치·폭행 기만적인 신규채용 현대차 규탄 기자회견' 열릴 예정인 가운데, 경비 직원들이 버스로 회사 출입구 일부를 막은 뒤 차에 붙은 회사 로고를 파란 스티커를 붙여 가리고 있다.권우성

 한 경비직원이 손으로 렌즈를 가리며 스티커 작업 촬영을 막으려 하고 있다.
한 경비직원이 손으로 렌즈를 가리며 스티커 작업 촬영을 막으려 하고 있다.권우성

 사측이 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리고, 버스로 회사 출입구 일부를 막은 뒤 차에 붙은 회사 로고도 파란 스티커를 붙여 가렸다.
사측이 회사 이름이 새겨진 큰 표지석을 천으로 가리고, 버스로 회사 출입구 일부를 막은 뒤 차에 붙은 회사 로고도 파란 스티커를 붙여 가렸다.권우성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현대차 #정몽구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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