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시설이 갖추어진 트레일러 내부
이안수
제가 게으르게 지내는 데 문제가 없는 최소화된 규모의 집을 구상하는 데는 이 세 예술가의 집이 좋은 모델이 되었습니다.
소로우의 오두막은 자급자족하며 실제로 사계절 거주가능한 집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리그의 집은 작곡시 이용하는 작업실로 거주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호숫가의 풍광을 창밖으로 만끽할 수 있는 언덕위의 그림 같은 작업실입니다.
쇼의 집필실 오두막은 작업실로만 사용되었지만 볕을 따라 움직이도록 되어있습니다.
저는 주거가 가능하면서도, 자연의 풍광과 함께할 수 있으며 움직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카라반(caravan 이동식 주택)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는 미국 오리건 주에서 에어스트림 밤비2라는 캠핑트레일러 1962년 클래식 모델을 구했습니다. 50살이나 된 이 캠핑트레일러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것으로, 그것을 한국으로 들여와서 실내를 최대한 원형에 가까게 유지하면서 저의 용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손을 보았습니다.
세계에 수많은 캠핑트레일러 제조업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은 미국의 에어스트림Airstream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0년에 창업된 회사로 한결같이 캠핑 트레일러만 만드는 회사입니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난 듀랄루민을 재단해서 리벳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둥글고 앙증맞은, 세월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Bambi'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F.잘텐의 동물소설에 나오는 아기사슴입니다. 그 이름의 이미지처럼 이 모델은 길이 17ft(5.2m)에 불과한 작은 공간에 취사와 샤워 수면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작은 책상을 넣어서 어디서든지 글 쓰고 독서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길 떠날 날을 기다리며 작업실로 기능하면서 오픈스튜디오로 사람들의 호기심에 답하기도 합니다.
마침내 소로우의 오두막처럼 온전히 주거가 가능하고 세계의 어디든 갈 수 있으니 그리그의 오두막에서 보는 풍경들을 찾아 갈 수 있으며 한곳에 진력이 나면 다시 움직이면 되는 쇼의 회전하는 오두막의 기능이 포함된 셈입니다.
달팽이집처럼 작고 효율적이면서 노마드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으니 큰 위안입니다. 무엇보다도 크고 화려한 것을 향한 소유의 욕망을 다스리게 하는 제 마음의 도량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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