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으라는 건지... 외국 사례까지 왜곡한 교과부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외국 사례, 교과부 발표와 달라... 거의 대부분 '삭제'

등록 2012.08.28 18:48수정 2012.08.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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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과부가 국회에 보낸 '해외의 학생 징계 학생부 기록 사례’ 문서.

교과부가 국회에 보낸 '해외의 학생 징계 학생부 기록 사례’ 문서. ⓒ 교과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회에 '해외의 학생 징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 사례'란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한국에서 학생부 기재가 '이중 처벌'과 '낙인 효과' 논란을 빚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 문서에는 미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 등 6개국의 학생부 기재 사례가 적혀 있다.

이 문서를 본 이주호 교과부장관을 비롯해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여당 의원, 그리고 일부 신문은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한다"고 말하거나 보도했다.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를 조사한 보고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외국도 다 한다고?

다음은 이 교과부 문서를 입수해 작성한 한 중앙일간지의 지난 22일 자 기사 내용이다.

"프랑스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퇴학·무기정학·유기정학 등 8단계로 나눠 징계하며 이 내용을 모두 학생부에 기록한다. 미국도 퇴학·정학·근신 등 5단계로 나눠 징계하며 정학부터 학생부에 적는다. 중국 역시 학교 폭력으로 인한 징계사실을 기록하고 대입에 반영한다. 모두가 일반 학생들이 소수의 폭력 학생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 진보교육감들이 가해 학생을 감싸는 행위는 앞으로 더 많은 학교 폭력과 희생자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부 문서와 보도는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는 사실이 28일 처음 밝혀졌다. 프랑스 교육법 원문(2011년 6월 24일 개정, 번역 : 김민곤 불어교사)을 분석하고 미국교원연맹(AFT) 관계자, 중국교원, 전교조 등의 협조를 받아 새로운 정보를 수집한 결과다.

프랑스 교육법(Code de l'education)에 따르면 프랑스 초중고는 경고, 꾸지람, 견책, 수업정지, 정학, 퇴학 등 6단계 징계가 있다. 이들 징계 기록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6단계 징계 중 앞의 세 징계는 그해 학년이 끝나면 학생부에서 삭제된다. 수업정지와 정학 단계의 징계는 1년 뒤에 삭제한다.

프랑스 교육법 "학생부 징계 기록은 중등과정 종료와 함께 삭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프랑스 교육법이 "학생기록부에 기록한 징계 기록은 학생이 중등과정을 종료할 때 삭제한다"고 못 박고 있다는 점이다. 어릴 적 잘못이 대입과 취업에서 장애로 작용하지 않도록 특별장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a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에 보낸 <학생부 기재요령> 책자의 표지.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에 보낸 <학생부 기재요령> 책자의 표지. ⓒ 교과부


반면, 우리나라 교과부는 학생부에 서면사과, 접촉 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9개 사항을 적도록 하고 있다. 이 내용은 초중고 학생 졸업 뒤 5년간 의무로 보관하며 대입 자료로 활용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생이 '서면사과' 징계를 받으면 학생부 기재 내용은 11년이 흐른 뒤에야 삭제된다.

올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사실에 대해 '인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간삭제 제도 도입 등을 권고했지만 교과부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도 "근신, 토요 근신, 교내 정학, 교외 정학, 퇴학 등 5단계로 징계하며 '교내 정학' 이상부터 학생부에 적는다"는 교과부 문서 또한 사실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주(또는 교육구)마다 학생부 징계 사실 기록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교원연맹 관계자는 "각 주별로도 학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다르며, 각 주 산하의 학교 구별로도 학교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고 황현수 전교조 국제국장의 서면 질문에 답변했다.

황 국장은 "징계 기재 여부를 주에 따라 다르게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사실상 학생부 징계 기재가 대입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중간삭제제도 시행, 캐나다는 기재하지 않아

중국의 경우에도 교과부 문서는 사실을 왜곡했다. 교과부 문서는 "중국은 징계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대학 입시에 반영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중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징계 기록 내용을 삭제한다는 점을 교과부는 문서에 담지 않았다. 중국은 구두경고는 2주, 경고는 4주, 엄중경고는 6주, 과실기록은 8주, 방과후 특별교육은 10주가 지나면 해당 학생이 처분취소신청서를 담임교사에게 낼 수 있다.

그러면 담임교사는 처분취소신청서를 담당위원회에 제출하고, 위원회는 처분 취소와 기록 삭제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나라 인권위가 제안한 중간삭제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 문서대로 캐나다는 징계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학생부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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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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