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차별과 설움... 이거 하나로 버텼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긴급 조합원 교육 후기

등록 2012.08.29 10:49수정 2012.08.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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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모임-오른쪽 앞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위원장.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모임-오른쪽 앞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위원장.변창기

"오늘 오전 10시 파업과 동시에 조합원 긴급 교육이 있으니, 모두 동구청 2층 대강당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8월 28일 화요일 오전 9시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게 문자를 받고, 동구청으로 가보았습니다. 대강당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약 500여 명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곧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 급하게 모임 장소를 알아보다 없어서 동구청에 요청을 했었습니다. 동구청장님이 장소를 흔쾌히 제공해 주셨습니다. 동구청장님을 모셔서 이야기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다른 직원과 함께 강당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동구에도 대기업이 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처럼 활성화가 안되어 있습니다. 하청노조가 있지만 노조 가입을 권유하면 눈치를 봅니다. 동구청에 비정규직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료 노동상담을 하러 오면서도 눈치를 보고 몰래왔다 갑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불법파견 투쟁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구청장이 나와 격려사까지 해주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이어 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위원장이 나와 오늘 무슨일로 불러 모았는지 밝힙니다.


"우리는 오늘 아침 확대간부 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첫째, 사측의 신규채용 제시안 폐기하고 특별교섭을 진행한다. 둘째, 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쟁취한다."

대법원에서 지난 2010년 7월 22일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을 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다시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노조가입을 받았습니다. 600여 명이던 조합원은 3000명으로 늘었으나 현대차 원하청 업자들의 노골적인 탄압 탓에 2000여 명으로 줄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집단소송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줄곧 '사내하청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주장해 왔습니다.


2012년 2월 2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인 최병승씨에게 대법원이 최종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소송 시작에서 대법원 최종판결을 받기까지 8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최병승씨에게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신규채용으로 비정규직 노조와 비조합원 사이를 갈라치기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는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위 두가지 내용으로 함축하여 새로운 투쟁방법을 내놓은 것 입니다. 박현제 위원장이 계속 말했습니다.

"위 결정사항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축소, 은폐하는 공정블록화를 전제하는 사내하청노동자 신규채용을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3000명 신규채용 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주장합니다.

둘째,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 본교섭에서 불법파견 관련 내용을 심의, 합의하는 것을 반대하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을 교섭위원으로 포함하고 있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심의, 합의할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셋째,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법언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쟁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투쟁에 불참했던 비조합원에게도 동참의 기회를 열어놓고 있으므로 결코 집단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넷째, 불법파견에 따른 즉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만 단계적 접근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현대차가 내놓은 3000명 신규채용 안은 받아 들일수 없습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이고 불법파견된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이지 신규채용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신규채용 안을 받아들이면 3000명이든, 6000명이든 8년 넘게 싸워온 불법파견은 물거품이 됩니다.

불법파견으로 정리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만이 아니라 정규직과 같은 단체협상 적용을 받아 체불임금을 받을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러나 신규채용을 받아들이면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결국 마음에 드는 노동자만 뽑히게 될 게 뻔합니다. 비정규직노조 활동을 한 노동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신규채용 되더라도 여러가지 불이익이 뒤따릅니다. 근속년수도 인정되지 않을 뿐더러 마땅히 받게 될 체불임금도 못받습니다.

8년 동안 인간차별을 견디며 버텨온 배경에는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 희망이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정규직 노조원에게 현대차 3000명 신규채용 안을 받아 들이라고 은근히 압박을 넣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서 노조원 우선 정규직 전환 쟁취 안에 대해 정규직노조와 현대차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교육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교육변창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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