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오후 6시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인천외고 해직교사 인천시교육청 특별채용 쟁취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호영
박춘배(46) 인천외국어고등학교 해직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8년 전에 썼던 일기를 꺼내 들었다. 2004년 4월 25일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해직된 후 그해 8월에 썼던 일기다.
복직 투쟁의 현장에서 읽었던 일기를 8년 후 '인천외고 해직교사 인천시교육청 특별채용 쟁취 결의대회' 현장에서 다시 꺼내 읽은 것이다.
"나는 지금 교사다. 그러나 파면교사다. 나로부터 뜯어 간 살점 같은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꺼이꺼이 울음도 삼켜야하는 나는 지금 파면교사다. (중략) 한 명을 위해 아흔아홉 명이 희생되는 학교가 되어가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감히 '쓰레기' 취급당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만이 '좋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학교 관리자를 보며 일사병을 앓듯 숨이 턱턱 막혀 옴을 느꼈다. 선생질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슬픔의 역사를 살아서는 안 된다. (중략) 나는 교사다. 상처받고 떠나간 아이들이 다시금 제자리에 돌아와 물푸레나무처럼 낯익은 그런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 일기를 다 읽은 박 교사는 "지난 8년은 복직을 염원하는 소망의 8년이었다.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되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다시 복직 투쟁을 해야겠다. 복직의 그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비민주적 학사운영에 맞서 싸우다 파면 징계를 받은 박춘배·이주용 교사는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8월 29일 오후 6시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인천외고 해직교사 인천시교육청 특별채용 쟁취 결의대회'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소속 교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 소속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명문고 육성이이라는 미명 아래 우열반·벌점제도·유급제 실시, 학생인권 침해와 교권 침해, 노조 탄압 등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학사운영에 저항한 것이 파면을 당하고 긴 시간 동안 철창 없는 감옥처럼 살아야할 죄인가"라며 "지난 7월 19일 인천외고 학교법인 신성학원 이사회가 복직을 거부한 것은 두 교사에게 두 번째 사형을 내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당시와 현재에도 교육감인 나근형 교육감 뿐"이라며 "선례가 없다느니, 교과부의 눈치가 보인다느니 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이들을 특별 채용해야하고, 학생생활기록부 조작과 모의고사 문제 유출 등 비리로 얼룩진 인천외고의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두 교사가 파면 징계된 후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중앙법원(2심)은 '2012년 7월까지 다른 학교로 전직하거나 파견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시교육청이나 신성학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인천외고 완전 해결을 위한 해직교사 복직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지난 7월 19일 신성학원 임시 이사회가 열려 두 교사의 복직(안)을 심의했으나, 복직(안)은 부결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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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에서 해직된 8년... "창살 없는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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