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직원 PC에 '사찰 프로그램' 설치 논란

노조 "메신저 대화도 수집"... 사측 "내부 보안과 외부 해킹 목적"

등록 2012.09.03 13:37수정 2012.09.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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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노조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MBC 사측이 직원 내부 PC에 불법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내부 PC로 메일과 첨부파일을 전송하자 회사 서버에 첨부파일 내용까지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빨간 밑줄은 첨부파일로 보낸 메모장 내용과 같다.
MBC 노조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MBC 사측이 직원 내부 PC에 불법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내부 PC로 메일과 첨부파일을 전송하자 회사 서버에 첨부파일 내용까지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빨간 밑줄은 첨부파일로 보낸 메모장 내용과 같다. MBC 노동조합

MBC 사측이 회사 내부망을 이용, 전 직원의 컴퓨터에 감시용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직원들이 내부 PC를 이용하면서 쓴 이메일과 이동저장장치(USB 등)를 이용한 자료, 메신저로 남긴 사적인 대화까지 회사 서버에 수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노동조합 MBC 본부(MBC 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MB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사측이 불법 사찰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을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트로이 컷'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PC에서 자료가 유출돼 회사 서버에 수집됐다"며 "이 프로그램은 보안 메일조차도 쉽게 유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로이 컷은 기본적으로 해킹으로 인한 자료 유출을 막아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옵션 기능을 설정하면 PC에서 유출된 정보가 회사 서버에 전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영하 MBC 노조 위원장은 이같은 프로그램 설치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을 했고 김재철 사장은 MBC 구성원 사찰을 했다"며 "두 사람의 차이점은 MB는 대상을 골라서했지만 김재철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사측이) 보도국 내부에도 고해상도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려고 했다"며 "이제는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도 감시해 직원들의 행동과 생각을 종합적으로 사찰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노조 "직원 일거수일투족 들여보겠다는 속셈"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사적 대화와 이메일은 물론 조합이 외부에 발송한 성명서나 무용가 J씨 등과 관련된 문건 모두가 회사 서버로 전송됐다"며 "이는 회사가 겉으로는 개인정보보호와 외부의 해킹 방지라는 미명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직원 감시용 사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찰 프로그램이 보직간부와 평사원을 가리지 않고 회사망에 접속하는 모든 직원들의 컴퓨터에 자동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MBC와 관련된 직원과 외부인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회사가 무차별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속셈"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동작 중임을 알리는 어떤 지표도 없고 실행파일 목록에도 나타나지 않아 파일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같은 사찰 프로그램 설치가 김재철 사장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공개된 이후 사측이 유출자를 찾는 데 실패하자 직원 감시를 위해 지난 5월에 설치한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조규승 경영지원본부장, 임진택 감사, 차재실 정보콘텐츠실장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할 예정이다. 또 사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과 작가 등을 원고인단으로 구성해 개인정보 침해라는 측면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사측 "좀비PC 차단 차 긴급 배포... 자의적 자료열람 결코 없을 것"

반면, 사측은 이날 반박자료를 내고 "이 시스템이 내부 자료 보안과 외부 해킹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됐다"면서 "프로그램에 검색엔진이 없어 단순 자료 보관만 가능하다. 사찰 목적이라면 이보다 훨씬 강력한 통제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 설치되기 전에 고지가 안 됐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 사측은 "좀비 PC에 의한 사이버 공격 차단이 시급해 이 프로그램을 긴급 배포하게 됐다"며 "사전 고지가 미흡했던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행됐음을 이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관리되는 자료가 열람되거나 어떠한 목적에도 사용된 일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앞으로도 회사는 자의적으로 자료를 열람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회사 정보유출이 의심되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관계 부서에 해당 자료가 제공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MBC #김재철 사장 #불법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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