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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누르세요."
아들의 주민번호 13자리를 정확하게 눌렀다. 그리곤 6~7분 정도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담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ㅇㅇㅇ씨하고는 어떤 관계 되시죠?"
"제 아들인데요."
"네. 해지 접수는 오늘부로 됐구요. 요금은 오늘까지 날짜 계산해서 나갈 거예요. 그리고 아드님과 어머님 신분증 사본을 같이 보내주셔야 되는데요."
"신분증 사본을 두 사람 것을 다보내라고요? 설치할 때에는 본인 확인도 없이 쉽게 설치하더니 해지는 왜 이리 까다로워요? 신분증 사본도 본인 것만 보내면 되지 왜 내 것까지 보내요?"
"네. 고객님 어머님이 해지 신청을 했기 때문에, 그게 회사 방침입니다."
"예전에는 본인확인을 전화로 하고 끝내더니 뭐가 이리 복잡해요. 그냥 아들 것만 보내면 안 되나요?"
"고객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두 분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꼭 보내주셔야 됩니다."
"그럼요, 내일 아들한테 직접 해지신청 하라고 하면 한 사람 신분증만 보내도 되지요?"
"네, 그렇지요."
몇 번이나 아들 신분증만 보내면 안 되냐는 말에 그는 한사코 안 된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결코 두 사람의 신분증은 필요치 않을 텐데도 말이다.
상담사와의 전화를 끊고 아들아이한테 카톡을 보냈다. 아들아이한테서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 그날은 통화를 못했다는 답이 왔다. 내가 카톡을 보낸 것이 오후 5시 무렵이니깐, 아마도 통화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날이 월요일이었으니 더더욱.
다음 날은 아침 9시부터 한다고 하더니 그날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못했다고 한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 개인적인 일로 전화를 붙들고 9분~15분 동안 기다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몇 번이나 통화했지만 대기자 수가 많았다고 한다.
해지 접수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아들아이가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하는 말이 "혜택을 줄 테니깐 그대로 쓰라고 여러 번 말하기에, '다른 통신사에서 설치한 지가 벌써 3일이나 되었는데 지금 나하고 장난해요?'라고 말하니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한다. 나는 "어머 너한테도 그러디? 엄마한테도 그러기에 이미 설치가 끝나서 그럴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 정말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
그러면서 아들아이도 "가입할 때에는 나한테 확인 전화 한 번도 없이 설치하면서, 해지한다니깐 엉뚱한 소리나 하고, 신분증이 왜 필요해? 괜스레 까다롭게 구네" 한다. 내가 해지 한다고 할 때에도 상담사는 '왜 해지하느냐', '어느 통신사로 옮기느냐'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면서 자기네 통신사를 계속 사용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그 통신사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한 것은 6년인가 7년 되었다. 그러는 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더니 막상 해지한다고 하니깐 때 늦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옮기기 전에도 수시로 아파트단지내에서 여러 통신사들이 번갈아 와서 행사를 했었다. 그러나 '오래 사용하는 소비자들한테는 가격을 조금은 내려주지 않을까? 다른 통신사들은 저렇게 싼데'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었다 .
왜 옮기냐는 상담사의 질문에 "사용료가 너무 비싸요" 하니깐 상담사도 한다는 말이 "그렇지요. 고객님네는 조금 비싸네요. 이번에 가격을 내려드리는 행사가 있는데 정말 아깝네요"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진짜 어이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옮기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새로 옮긴 통신사와는 거의 2배 정도의 가격이었다. 해서,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고 하니깐 사용료도 더 싸게 해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럴 거면 소비자가 그런 마음을 갖기 전에, 오래 사용한 소비자한테 그런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싸게 해준다는 사용료도 새로 옮긴 통신사보다도 더 비쌌다. 오래 사용한 고객들, 나뿐 아니라 웬만한 사람들 대부분은 사용료를 싸게 해준다면, 구태여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동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고물가인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너나 할 것 없이 노력들을 하는데, 비슷한 물건을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해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그동안 옮기지 않고 계속 그 통신사와 거래를 했다는 것에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싸게 해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비싼 가격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
그런데 며칠 전 '초고속 인터넷해지'에 대한 기사가 났다. 그 내용을 읽어 보니 그들이 그렇게 쓸데없이 까다롭게 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통신업체들이 고객들의 계약해지 민원상담을 전담한 상담사들에게 '해지 방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문화체육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분석한 결과를 보면 업체들은 상담원들에게 1인당 월 9만원대의 '해지 방어 인센티브'를 주거나 1건당 최고 9000원의 인세티브를 제공한다고 한다. 인세티브는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5000원~9만 원가량 제공했다고 한다.
또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이용약관에서 해지접수및 해지종료시 SMS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통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업체는 고작 2군데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가입을 할때에는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쉽게 설치를 해주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할 때에는 괜스레 까다로운 방법으로 해지를 지연시키는 횡포에 소비자들은 다시는 그 통신사와는 거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상담사들의 인세티브는 역시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비록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 통신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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