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르노삼성 나란히 '친사측' 노조 체제

한진중 새 노조 대표교섭권 확보·르노삼성 사대위도 노조 전환

등록 2012.09.04 14:03수정 2012.09.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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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6월 '회사 정상화 촉구' 등을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6월 '회사 정상화 촉구' 등을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유장현

기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가 가졌던 교섭협상권이 새노조(한진중공업 노조)로 넘어갔다. 지난 1월 복수노조로 출범한 새노조는 친(親)사측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한진중공업의 노동환경 변화는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부산·경남 지역에서 새노조가 교섭협상권을 가져가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대표교섭권을 확보한 새노조는 4일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다. 새노조는 회사 정상화에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기존 노조에 비해 친사측 성향으로 분류된다. 기존노조 입장에서는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존 노조와 새노조는 지난 7월부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그동안 기존 노조는 새노조 설립 이후 교섭권 이양 등 민감한 문제를 두고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조합원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새노조가 과반이 넘는 조합원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기존 노조가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했다.

새노조가 단체협상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570명의 조합원을 확보해 132명이 가입한 기존 노조의 대표성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친사측 성향 사대위 노조 설립

 르노삼성차노조는 지난달 14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공장 앞에서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르노삼성차노조는 지난달 14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공장 앞에서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이밖에도 부산의 르노삼성자동차에서도 친사측 성향의 새노조가 설립신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의결한 르노삼성 사원대표자위원회(사대위)는 3일 노조설립신고 필증을 교부받았다. 르노삼성차까지 복수노조가 출범하면서 지역 내 매출 1위 기업(르노삼성차)와 2위 기업(한중중공업)이 나란히 친사측 성향의 새노조가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

연구인력을 제외한 르노삼성차 직원 4500여 명 중 4300여 명이 가입돼 있는 사대위는 르노삼성차의 사내 최대 직원조직이다. 반면 금속노조 소속 르노삼성차지회는 조합원이 200여 명에 불과해 수적 열세에서 오는 주도권 상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단체교섭권 확보를 둘러싸고 이번 달부터 기존 노조와 새노조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노조는 "새노조가 친사측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한편 부산대병원에서도 기존 노조와 새노조가 양립하면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산하 부산대병원지부에 이어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노조가 지난달 설립되면서 부산대병원 본원과 분원이 기존노조와 새노조로 갈라서게 됐다. 


지역 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친사측 성향의 노조가 입지를 강화하는 것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유장현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선전부장은 "르노삼성과 한진중공업같은 구조조정 사업장에 회사가 지원해서 노조를 만드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쉽게하고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노동운동은 과도기"라며 "향후 조합원들의 성향에 따라서 변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이 가지 않을 것인만큼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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