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순위별 출생
통계청
사실 주위의 예를 보면 정부의 이와 같은 분석은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많은 부모들이 셋째 이상을 계획할 때에는 현재 정부의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셋째 이상을 낳을 때 지자체로부터 받는 출산 장려금이나 사용량 제한 없이 한 달 전기요금의 20% 할인, 자동차 1대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 전액 면제, 무주택 가정에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대출시 금리우대, 다자녀 우대카드 발급 등이 어디 적은 혜택인가. 당장 본인만 하더라도 셋째가 들어섰음을 알게 된 뒤 각 지역의 출산장려금부터 알아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분석만으로 셋째아 이상 출산율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사실이다. 비록 앞서 언급한 경제적 혜택들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데 있어서 그와 같은 혜택이 결정적인 요소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왕 셋째를 가졌으니 그 혜택을 살펴볼 뿐, 정부의 정책이 출산율 증가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수치는 둘째 아이들의 출산율이다. 셋째아 이상과 달리 둘째아의 출산율은 오히려 작년에 비해 1.6%(2890명)가 줄었는데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출산환경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살인적으로 높은 교육비나 의료비, 형편없는 육아환경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정부는 앞선 논리로 둘째아에 대한 혜택이 많아지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부의 출산에 대한 경제적 혜택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전체 비용의 '새 발의 피'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장 4년 동안 감당해야 할 대학등록금만 하더라도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훌쩍 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니던가. 요컨대 사회구조적인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출산율은 쉽사리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셋째 이상 아이들의 출산율은 높아지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설명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면 또 어떤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출산의 양극화... 셋째아는 부의 상징? 둘째 아이들의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반해 셋째 아이들의 출산율은 높아지고 있는 현실. 혹자들은 이와 같은 출산의 양극화에 대해 그 원인으로서 조심스럽게 소득의 양극화를 거론한다. 최근 4년 동안 대학 이상 고학력 부모의 셋째 출산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아직까지 이를 증명해줄 자료가 부족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셋째는 부의 상징'이라는 속설이 진실일 가능성은 높다.
예컨대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 활용 논문집'에 수록된 '자녀의 출산순위에 따른 개별가구의 출산결정요인'(이헌영 연세대 석사과정)을 보자. 논문은 부부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셋째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으며, 첫째 자녀의 경우에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수록 출산율이 낮은 반면, 자가 주택을 보유할수록 출산율이 높음을 지적한다. 결국 소득계층에 따라 출생아 수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