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22일, 문제의 그 승급심사 날. 나는 동생과 함께 그 승급심사에 응했다.
이주리
킥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니 엄마는 '그때' 기억이 생생한데 어떻게 킥복싱을 하냐고 하셨다. 엄마가 말한 '그때'는 10년도 훨씬 지난, 내가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간다. 그날은 오랫동안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부모님을 초대한 승급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부모님을 초대한 만큼 승급심사에 보통 들어가지 않던 화려한 기술이 들어갔다. 태권도장에 있던 멋있는 5, 6학년 오빠들 덕에 부지런히 태권도장 다녔던 나에게도 화려한 기술이 하나 주어졌다. 바로 엎드려 있는 세 명을 뛰어 넘으면서 오른손으로 앞 송판을 깨고, 왼쪽은 뒷다리차기.
말만 들어도 이 어마어마한 기술을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하려니 긴장이 되었다. 빠르게 달려서 공중에서 3명을 넘긴 했지만 문제는 앞 송판이 도통 깨지지 않았다. 사부님은 용기를 북돋아서 다시 시도해보라고 했지만 두 번, 세 번을 시도해도 송판은 꿈쩍도 안했다. 결국은 주먹을 쥔 손에서는 피가 났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그때를 떠올리며 운동과 나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