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예방, <피에타>에서 배워라

[주장] 극단적 자본주의 폭력,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

등록 2012.09.10 09:47수정 2012.09.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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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피에타> 포스터

<피에타> 포스터

최근 묻지마 폭력을 막고자 불심검문, 사형제, 강력 처벌 등의 논의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가 진정한 구원과 속죄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어 해결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가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탔다. 한국영화 100년사의 쾌거이다. 그는 지난 7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주교좌성당에서 영화제작 발표회를 위해 4년 만에 공식 모습을 드러낸 지, 50여일 만에 한 편의 영화로 세계 최고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감독이 됐다.

4년의 은둔생활 속에서의 고뇌가, 찬란한 광명으로 둔갑한 듯, 그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의 상 시상식에 당당히 섰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 시상을 앞두고 젊은 비평가 상을 타, 일견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자연의 섭리, 삶의 의미와 가치, 불평등한 사회 인간의 소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등을 깨닫게 한다. <피에타>도 돈 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의 비인간적인 모습에서 구원과 속죄의 참뜻을 새삼 느끼게 한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04년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8년 만에 이 영화제 최고의 상인 황금사자상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2011년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시선상 등 유럽 3대 영화제 상을 받으며 유럽전역에서 주목 받은 감독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런 그가 <피에타>를 통해 진정 무엇을 관객들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일까.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를 소쉬르의 기호학으로 대입(기표와 기의)해 보면 <피에타>의 의미 '자비를 베푸소서'의 기표인 셈이다. 이는 형식적이거나 일반적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그대로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와 기의로 구분했는데, 바로 이 대목이 기표에 해당된다. 누구나 제목을 상상하고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기의'가 중요하다. 이 영화의 이면에 관념적으로 떠오르는 상(기의)을 한번 생각해 보자. 채무자에게 협박과 공갈, 폭력 등으로 돈을 뜯고 살아가는 강도와 목숨을 구걸하는 약자는 돈과 관련한 극단적 자본주의의 현실의 모습(기의)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가 이어졌다. 도심의 칼부림과 살인, 집안까지 안심할 수 없는 성폭력 등의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바라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것을 <피에타>를 통해 깨닫게 한다. 바로 이렇게 이면의 떠오르는 생각들이 기의인 셈이다.

지난 7월 19일 영회제작 발표회에서 주연 배우 조민수·이정진과 함께 모습을 나타낸 김기덕 감독은 영화제목 <피에타>가 종교적 의미에서 '자비를 베풀라'는 언어적 의미(기표)보다도 극단적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인간의 갈등(기의)을 그렸다고 했다. 가해를 한사람이나 피해를 당한 사람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위해 최근 경찰이 불심검문 부활을 주창하고 나섰다. 어느 후보는 사형제 부활까지 언급했다. 경찰은 호주머니나 가방을 뒤져 숨겨 놓은 범죄 도구를 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범죄를 예방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극단적 자본주의 묻지마 폭력에서의 해결책이 뭔지를 말해주는 영화 <피에타>가 최고의 상을 받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과 관련한 자본주의 체제 모순을 정확히 꿰뚫어 보지 못한 처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바로 김기덕 감독이 영화<피에타>를 통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묻지마 범죄는 가혹한 형벌이나 불심검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바로 영화 <피에타>를 보며 느낀 점이다.
#피에타 #묻지마 범죄 #속조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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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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