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친구사이? 성추행도 상대가 느끼면 성립"

민주당,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 재점화... 박근혜 "국정조사 반대"

등록 2012.09.10 17:02수정 2012.09.1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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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소연

"성희롱도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상대가 그렇게 느끼면 성립된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친구사이의 대화"라고 일축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아무리 친구사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거듭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을 강조했다.

"정준길이 하는 일이 뭐냐?"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친구사이의 대화라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개인의 문제냐"며 "두 사람은 소속이 다르고, 대화 내용도 친구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정준길이라는 분이 (새누리당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지적했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전화가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특히 정 전 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친구일 수 있지만, 공적으로는 대결 관계에 있는 양 진영의 '입'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적 대화'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 전 위원은 10명의 공보위원 중 유일한 검사 출신이다. 지난달 공보단 명단이 발표됐을 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정 전 위원이 '안철수 검증' 임무를 띠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 전 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비리' 의혹이라고 말한 내용 중 '뇌물 문제'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안 교수가 지난 1999년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발행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벤처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것인데, 이미 2002년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바로 서울지검 특수부의 '정준길 검사'였다. 정 전 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금 변호사가 '위협'을 느꼈을법한 대목이다.

앞서 정 전 위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연구소의 BW발행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쉽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태섭 변호사 더 바빠지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6일 오전 금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직전에는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특히 정 전 공보위원은 최근 대검찰청 현직 검사에게 안철수 교수와 관련한 수사 진행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위원이 3개월 전 과거 산업은행 벤처투자비리 수사 당시 같은 팀이었던 대검 소속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연구소 관련 수사가 진행된 게 있는지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MBC가 지난 8일 보도한 것.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물어봤다'고 해명했지만, 전직 검사 출신 정치인이 단순히 기자들을 위해 민감한 내용을 현직 검사에게 물어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사진 왼쪽)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 금태섭 변호사.권우성

정 전 위원이 말한 '여자 문제' 역시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인 작년 10월부터 당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파악하며 자료를 입수해 왔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오마이뉴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는 대선후보가 안 될 것으로 본다, 나오면 죽는다"고 단언했다.

홍 전 대표는 그 근거로 "안철수의 '여자 문제'를 알고 있다"며 "허리 아래 문제인데... 파렴치한 부분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요즘 워낙 SNS가 발달돼 있어 가지고 기사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 하나로 안철수는 죽는다"고 덧붙였다. 집권여당 대표가 안철수 교수의 '여자 문제'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그 정보의 출처를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공방... 새누리 "아예 '안철수 검증팀' 만들자"

민주당은 '안철수 불출마 협박' 문제를 민간일 불법 사찰과 연계해 국정조사에 돌입하겠다는 태세다. 이와 관련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정준길씨나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면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사실 여부를 진상조사해서 밝힐 것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진상조사를 위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국정조사를 할 경우 안철수 교수도 부르자는 입장"이라고 하자, 박 원내대표는 "그것은 진상조사위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야권과 당 일각에서 제기된 국정조사 가능성에 대해서 일축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현, "당 지도부나 이쪽에선 '출마도 안 한 분이고 친구끼리 주고받은 얘기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단 내 유일한 검사 출신이었던 정 전 위원이 '안철수 검증'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런 것은 전혀 관계없다"며 "저도 네거티브를 하도 당해서 '멘붕(멘탈붕괴)'이 올 지경이라고 한 적도 있다, 당내에서 그런 역할을 맡아서 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경환, 유정복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경환, 유정복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남소연

이에 대해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만약 안철수 원장에 대한 사찰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발의한 민간인사찰 방지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법안을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박근혜 후보 측이 박물관에 있을 법한 구시대적 유물인 정치공작을 다시 꺼내든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여야가 이미 지난 6월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에 대해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은 현재 국정조사 특위 구성에 미온적"이라며 "박근혜 후보 측과 새누리당이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안철수 원장에 대한 협박 문제를 포함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내에서는 '정준길 파문'을 계기로 아예 당내에 '안철수 검증팀'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정원 2차장 출신인 김회선 의원 등이 안철수 검증 자료를 수집하면서 '네거티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검증 #민간인불법사찰 #박지원 #박근혜 #정준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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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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