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성희롱도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상대가 그렇게 느끼면 성립된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친구사이의 대화"라고 일축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아무리 친구사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거듭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을 강조했다.
"정준길이 하는 일이 뭐냐?"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친구사이의 대화라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개인의 문제냐"며 "두 사람은 소속이 다르고, 대화 내용도 친구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정준길이라는 분이 (새누리당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지적했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전화가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특히 정 전 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친구일 수 있지만, 공적으로는 대결 관계에 있는 양 진영의 '입'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적 대화'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 전 위원은 10명의 공보위원 중 유일한 검사 출신이다. 지난달 공보단 명단이 발표됐을 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정 전 위원이 '안철수 검증' 임무를 띠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 전 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비리' 의혹이라고 말한 내용 중 '뇌물 문제'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안 교수가 지난 1999년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발행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벤처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것인데, 이미 2002년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바로 서울지검 특수부의 '정준길 검사'였다. 정 전 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금 변호사가 '위협'을 느꼈을법한 대목이다.
앞서 정 전 위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연구소의 BW발행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쉽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태섭 변호사 더 바빠지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6일 오전 금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직전에는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특히 정 전 공보위원은 최근 대검찰청 현직 검사에게 안철수 교수와 관련한 수사 진행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위원이 3개월 전 과거 산업은행 벤처투자비리 수사 당시 같은 팀이었던 대검 소속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연구소 관련 수사가 진행된 게 있는지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MBC가 지난 8일 보도한 것.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물어봤다'고 해명했지만, 전직 검사 출신 정치인이 단순히 기자들을 위해 민감한 내용을 현직 검사에게 물어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