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황폐한 땅.
이강진
미국에 사는 친척은 호주에서 온 우리를 위해 여행 안내원을 자처한다. 퇴직한 후 여행 다니며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사진에 대해 나름대로 독학(?)을 한 덕분에 사진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다녀본 곳 중에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곳을 골라 여행 계획을 세운다. 삼일 정도의 여행이다. 광활한 나라 미국을 돌아볼 기회가 온 것이다.
아침 일찍 길을 떠난다. 첫날 목적지는 시애틀에서 350여 마일(500~600킬로) 떨어진 화산이 폭발했던 국립공원이다. 오랜만에 내가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 여행이다. 도로에 펼쳐지는 풍경을 마음껏 감상한다. 넓은 땅이다. 고속도로 속도 제한은 70마일(110킬로 정도)이지만 거의 모든 차량이 과속으로 달린다.
워싱턴 주를 지나 오레곤 주에 들어선다. 포틀랜드에 있는 장미 공원에 들러 장미 향기에 흠뻑 빠져본다. 시내를 떠나 다시 산으로 들어선다. 도로 주변은 추운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키 큰 침엽수가 건장한 모습으로 정렬해 있다. 보기만 해도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