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원광대 총장(사진 오른쪽)은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국 외교·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화해협력관계와 한중친선관계를 동시에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위원(왼쪽)과 북중 접경지역에 다녀온 내용을 9월 14일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회에서 소개했다.
박소희
지난 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중국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회 천즈리 부위원장과 만나 "남북 간 경제 교류는 가능하며 언제든 협력할 수 있지만 난제는 북핵"이라며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서는 교류 및 협력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은 1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회'에서 박 후보의 발언을 "걱정스러운 뉴스"라고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남북관계와 안보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확인됐는데…. 박근혜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선북핵해결론'이 아니길 바란다. 그렇다면 답이 없다. 이 발언을 '머리에 있는 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남북교류협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최고정책결정권자는 남북화해협력과 북핵문제 해결 병행전략부터 가져야 한다."그는 지난 8월 3일부터 9박 10일간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이날 월례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 총장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관찰한 현지 상황을 듣고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듣는 자리였다. 함께 중국을 방문한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위원과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등 햇볕정책을 주도한 역대 통일부 장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 총장은 우선 접경지역에서 세워진 푯말들이 '선군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처럼 '지도자 김정은'을 강조하고 '전격전, 속도전' 등의 구호는 사라진 모습을 보며 "김정은 체제가 이미 확립됐고, 구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의) 개방성, 투명성, 접근성이 커지는 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라며 "대내적 개방에는 속도를 내고 있고, 대외 개방 역시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주도 하에 북한의 개방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동-신의주 간에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하고, 황금평·위화도 개발을 추진하는 '일교양도' 프로젝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2010년 착공한 압록강 신교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며 압록강 신교 건설이 "북중 간 물류 증대와 (북한) 경제 활성화를 예상한 것"으로 봤다.
훈춘과 나진·선봉(나선)을 잇는 29km 고속도로 신설 역시 "구불구불한 옛 도로를 대신할 50km 길이의 고속도로를 이미 건설했으나 물류 소통을 위해 중국측 재정으로 새로 지을 계획"이라며 활발한 북중 경제협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설명했다.
"동양 최대의 무산철광, 포스코가 진출하려 했지만... MB정부 업적"무산철광 개발 역시 눈여겨볼 사안이다. 정 총장은 "최근 중국과 북한이 무산철광 개발(권) 30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육로 외에 중국 허룽과 무산철광을 연결하는 철도와 중국 내 대규모 물류단지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함경북도에 위치한 무산철광은 추정 매장량 30억 톤, 가채 매장량 13억 톤을 자랑하는 동양 최대 노천 철광이다. 이종석 위원은 "남쪽은 무산철광의 채산성이 낮다고 하는데, 그동안 북의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그곳에서 한 해 생산하는 아연이 40억 달러정도인데, 우리나라가 현재 아연 전량을 수입하는 비용이 1년에 20억 달러"라며 "이런 점에 대한 인식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에 따르면, 한때 포스코가 무산철광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는 "포스코 진출은 물 건너갔다"며 "이명박 정부의 업적"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 총장은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사업의 의미를 '동북아 전략'에서 찾았다. 그는 "중국 동북3성의 경제발전(전략)만으로 보기엔 북한이 중국상품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크거나 자원 공급 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게 아니다"라며 "동북아 전략차원에서 북한 관리를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중국이 동쪽으로는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중앙은 무산철광과 집안-만포 간 왕래 활성화, 서쪽은 일교양도(신압록강대교-황금평과 위화도) 전략을 취하며 적극적으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의 외교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정 총장은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한과 더불어 미국·일본과도 잘 지내려 했던, '남방정책'이 끊기면서 '북방정책(중국·러시아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그가 다음 정부의 대북·대미·대중정책이 "북한을 중국에게 넘겨주느냐 아니면 남·북·중 3각 관계가 선순환해 한국의 외교·안보상황이 안정되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북핵 문제에서 한국이 북미 간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즉 남북화해협력관계와 한중친선관계가 동시에 복원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북한에 훈수를 둘 수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우리가 북한에 쌀과 비료를 주면서 대북영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힘으로 미국과 북한 간 접점을 만들었고, 중국이 동참하게 했다."바지 입은 여성 등장 "북한 여성의 패션도 남한화 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