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이)가 우리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은미
사촌 동생네 집 거실에 앉아서 여유롭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촌 동생네 부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김철 선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 사촌 동생분은 미국에서도 좋은 교육을 받고, 유능한 컴퓨터 공학자로 대접도 잘 받고 직장도 훌륭했다고 들었는데, 왜 이곳에 오셔서 어려운 고생길을 마다치 않고 계시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궁금해서리...""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 김 선생님도 저분이 기독교인인 것 아시지요?""네, 잘 압니다만, 그것이 어떻게 련계가 되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참 설명이 힘든 이야기인데... 기독교인들은 하늘에 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신이 인간을 창조했으니 우리 인간들은 그 신의 자식인 겁니다. 우리가 그 신의 자식이니 그 신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겠습니까. 그러니 신의 자식인 우리도 그 뜻을 따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믿고, 행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거지요. 또한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신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대충 그런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나도 집사람이 교회에 나가니까 가끔 골프 약속 없을 때 할 수 없이 끌려가는 정도라서... 충분히 설명을 잘 못하겠네요.""그리스도 교인들은 다 그렇게 삽니까?""천만의 말씀. 다른 사람 말 꺼낼 것도 없이 우선 우리 집사람 하는 것만 봐도..."잘 나가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막말인가. 굳이 이런 식으로 질책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온 오십 평생을 송두리째 내려놓고 반성하고 있던 참인데... 남편은 인정사정없이 내 상한 심정을 한층 더 도리질한다. 아마 골프나 치고 보트 타고 나가 낚시질이나 하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반성해 보며 자기 몫까지 내게 빗대 꾸짖고 있는 것이겠지.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집이 떠나갈 듯이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들을 풀다 보니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따뜻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이별을 고했다. "우리, 내년 8월에 또 올게." 섭섭한 마음을 위로해가며 자동차에 올랐다. "이모, 가지 말고 우리랑 오래 오래 함께 있다가 가면 안 되요?"라고 조르며 사정하던 막내 조카 예솔이는 기어이 눈물을 쏟고 만다. 나 역시 마찬가지... 자동차가 산비탈을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촌 동생네 가족들은 손을 흔든다.
우리는 이산가족도 아니며, 또 언제든지 이곳에 올 수 있다. 그러나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하듯, 가물에 콩 나듯, 그것도 한 번 만나면 끝이 돼버리는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나마 상봉이라도 하신 분들은 다행이지만, 대다수의 이산가족들이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세상을 떠나고 있는 현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오지'라는 말에 깜짝 놀란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