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교도소 앞 기자회견2012 추석맞이 전국 양심수 면회 공동행동 일정 마무리 기자회견 중이다
이명옥
면회장에 나온 사람은 맑고 투명한 미소를 짓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 젊은이를 만난 순간 지난 5월에 군대에 간 아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가슴이 싸해지더군요. 그 젊은이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가로 일하던 청년이었고 지난 2011년 8월 23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습니다.
그 젊은이를 보며 책으로 읽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씨와 교도소에 가면서 만났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남부교도소에 가는 길, 마을버스 노선을 보며 "왜 교도소라고 적혀 있는 정류장이 없지"라고 중얼거리는 제게 "나도 교도소 가는 길"이라며 말은 건넨 여성 분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큰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셋이라는 그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면회를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그분의 아들이 심리를 받으면서 판사에게 "우리 엄마는 아들만 셋인데 언제쯤 우리 같은 사람들의 대체 복무가 가능해지겠느냐"고 묻자 판사가 "남북 통일이 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하더랍니다.
한국 정부는 2007년 9월 노무현 정권 당시 2009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국방부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체복무제 시행을 백지화했습니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수는 58명이고, 종교적인 이유와 양심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9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양심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홍원석씨 같은 젊은이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에 실린 홍원석씨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경남 창원을 떠나 어머니와 살고 있는 청년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더군요. 홍씨는 아버지를 갑자기 여읜 충격으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여읜 충격과 갑자기 달리진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학교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홍원석씨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내는 것에서 삶의 길을 모색했고, 인권사랑방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평화를 해치고 인간의 존엄한 양심과 정신을 파괴하는 전쟁·폭력·억압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더 이상 군대 문제를 미룰 수 없어 2009년에 공군을 했지만, 신체검사에서 정신적 이유로 귀가 조치됐다고 합니다. 군대는 그의 트라우마가 살아 있는 곳이고, 양심의 소리에 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감옥'에 가두는 것, 그게 최선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