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 많은 청년을 감옥에 가두는 게 최선?

양심적 병역거부자 홍원석씨와의 만남... 가슴이 아픕니다

등록 2012.09.22 16:10수정 2012.09.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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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추석맞이 전국 양심수 면회 공동행동 4박 5일 일정은 9월 21일 서울남부교소의 김태수(범한택시노조)·김준규(현대차비정규직지회)·홍원석(양심적 병역거부)의 면회를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저는 공동행동 첫날인 지난 17일과 마지막 날인 21일 일정만 함께해 첫날 대전교도소의 한상렬 목사(국가보안법 위반)와 마지막 날 홍원석(양심적 병역거부자)씨를 면회했습니다.

한상렬 목사는 이런저런 자리서 얼굴을 텄던 분이었지만 홍원석씨는 얼굴조차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하는데, 서로 아는 분이 없어 추모연대 실무자와 함께 면회를 신청했을 뿐이지요.

면회장에서 만난 투명한 미소의 청년

서울 남부교도소 앞 기자회견 2012 추석맞이 전국 양심수 면회 공동행동 일정 마무리 기자회견 중이다
서울 남부교도소 앞 기자회견2012 추석맞이 전국 양심수 면회 공동행동 일정 마무리 기자회견 중이다이명옥

면회장에 나온 사람은 맑고 투명한 미소를 짓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 젊은이를 만난 순간 지난 5월에 군대에 간 아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가슴이 싸해지더군요. 그 젊은이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가로 일하던 청년이었고 지난 2011년 8월 23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습니다.

그 젊은이를 보며 책으로 읽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씨와 교도소에 가면서 만났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남부교도소에 가는 길, 마을버스 노선을 보며 "왜 교도소라고 적혀 있는 정류장이 없지"라고 중얼거리는 제게 "나도 교도소 가는 길"이라며 말은 건넨 여성 분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큰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셋이라는 그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면회를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그분의 아들이 심리를 받으면서 판사에게 "우리 엄마는 아들만 셋인데 언제쯤 우리 같은 사람들의 대체 복무가 가능해지겠느냐"고 묻자  판사가 "남북 통일이 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하더랍니다.


한국 정부는 2007년 9월 노무현 정권 당시 2009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국방부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체복무제 시행을 백지화했습니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수는 58명이고, 종교적인 이유와 양심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9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양심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홍원석씨 같은 젊은이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에 실린 홍원석씨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경남 창원을 떠나 어머니와 살고 있는 청년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더군요. 홍씨는 아버지를 갑자기 여읜 충격으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여읜 충격과 갑자기 달리진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학교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홍원석씨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내는 것에서 삶의 길을 모색했고, 인권사랑방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평화를 해치고 인간의 존엄한 양심과 정신을 파괴하는 전쟁·폭력·억압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더 이상 군대 문제를 미룰 수 없어 2009년에 공군을 했지만, 신체검사에서 정신적 이유로 귀가 조치됐다고 합니다. 군대는 그의 트라우마가 살아 있는 곳이고, 양심의 소리에 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감옥'에 가두는 것, 그게 최선이었나요

 육군 훈련소에서 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인 젊은이들.
육군 훈련소에서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인 젊은이들.이명옥

저 역시 대한민국의 국방의 의무를 정한 법에 따라 단 하나뿐인 아들을 지난 5월 군대에 보낸 어미입니다. 아들은 5남매 집안의 장손인데다 여든일곱이신 시어머니의 극진한 정성과 손길 속에 자랐습니다. 시어머니의 시야에서 일주일 이상 떨어져 본 일이 없는 아이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예순다섯에 허리가 아파 생업을 위한 노동을 하지 못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아들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올해 5월 군대에 갔습니다. 격오지에서 근무하는지라 외출·외박·면회도 금지된 상태로 야간에 근무를 선다고 합니다. 차가운 해안가 바람을 맞으며 한 달은 고정으로 실내 근무를, 또 한 달은 기동으로 밖으로 나가 밤에 장비를 돌리는 작업을 한다더군요. 저희 가족은 아들이 거는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시어머니는 첫 휴가를 나올 손자에게 맛있는 것을 사먹여야 한다며 노인교통비 명목으로 나오는 돈을 열심히 모으고 계십니다.

홍원석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군 생활 22개월 보다 4개월이 더 긴 26개월을 감옥에 수감돼 있어야 한다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병영제도에 대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왕성한 지적 활동과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해야 할 젊은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26개월을 보내야하고, 군대에 간 젊은이들은 감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군대 문화에 적응하며 22개월에서 24개월이란 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왜 배경과 재력이 든든한 많은 높은 어르신들의 자녀들은 군대를 아예 가지 않거나 편안한 보직을 받으며 지내는 것일까요. 이에 반해 왜 사회에서 열심히 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이들은 격오지 근무를 해야 하고, 양심에 따르는 이들은 감옥에 갇혀 있어야만 할까요. 제 아들이나 홍원석씨 같이 말이죠.

저는 국방의 의무를 부인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상황의 '다름'과 '양심'과 '신념', '종교'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복무는 인정돼야 하지 않을는지요. 사회적 공감대를 운운하기 전에 인권을 먼저 생각한다면 대체 복무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닐까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대체 복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국방부와 대체 복무를 백지화한 이명박 정부에 큰소리로 외쳐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양심적 병역거부 자를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까?"
#양심적 병역 거부 홍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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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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