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어 황태 국물 입에 넣었더니, 맛이...

[경남 합천 맛집] 황태요리

등록 2012.09.25 10:35수정 2012.09.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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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 요리는 처음이었습니다.
황태 요리는 처음이었습니다.임현철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경상도 곳곳에서 음식을 먹어 본 바로는, 이 말? 이젠 옛말이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하여, 자주 경상도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은 이런 의견입니다.

"전국의 맛이 평준화 되었다. 옛날 경상도 음식이 아니다."

상향 평준화? 하향 평준화? 이걸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개성 강한 음식점이 많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요리는 '황태'입니다.

지난 15~16일, 경남 합천이 초청하고 경남도민일보의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한 1박2일 블로거 팸 투어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들렀던 곳이 합천에 있는 황태음식점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권하는 맛집은 배신이 없습니다.

황태 국물을 입에 넣었더니, 그 맛이...


 조금 늦게 들어갔더니, 한상 차렸더군요.
조금 늦게 들어갔더니, 한상 차렸더군요.임현철

 황태전골입니다.
황태전골입니다.임현철

황태전골이 보글보글 끓었습니다. 여수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황태 음식이라 맛에 대한 궁금증이 엄청 났습니다. 숟갈을 들어 국물 맛을 보려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아, 글쎄~. 옆에 있던 강원도 태생인 한사 정덕수 시인이 한 마디 하지 뭡니까.

"황태의 본고장은 강원돈데, 합천에도 황태 요리가 있네."


이 말을 듣고 나니 먼저 숟가락 담글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차분히 정 시인의 국물 맛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습니다. 본 고장 사람에 대한 예의입지요.

"괜~ 찮네~~."

언제 기다렸냐는 듯 숟가락을 놀렸습니다. 호호 불어 황태 국물을 입에 넣었습니다. 시원하고 칼칼한 게 꽤 맛났습니다. 소주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이 말아주신 소주와 맥주 폭탄주 한 모금으로 입안을 씻은 후 다시 국물을 삼켰습니다. 시원, 칼칼한 맛 그대로였습니다. 전라도 음식과 대적할 만 했습니다.

"황태는 눈 속 덕장에서 말려야 제 맛이야!"

 황태찜입니다. 아구찜 요리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황태찜입니다. 아구찜 요리와 차이가 없었습니다.임현철

 황태 껍질 튀김입니다.
황태 껍질 튀김입니다. 임현철

 황태구이입니다. 눈으로 먹는 맛이 기찼습니다.
황태구이입니다. 눈으로 먹는 맛이 기찼습니다.임현철

앗, 황태찜과 구이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태란 황태는 죄다 모였습니다. 게다가 황태껍질 말려 튀긴 반찬까지 있으니 황태들의 곗날처럼 느껴졌습니다. 정 시인에게 맛 품평을 요청했습니다.

"요리 잘했네. 그렇지만 강원도 황태덕장에서 말린 쫄깃한 맛보다 덜 해. 황태는 눈 속 덕장에서 말려야 제 맛이야."

'황태덕장에서 말린 황태 맛 좀 보게, 한 번 보내주기나 할 것이지…' 생각이 들면서도 고향 사랑이 묻어나는 말이 좋았습니다. 황태찜은 아구찜과 비슷하게 콩나물과 어울렸습니다. 빨간 양념이 듬뿍 묻은 황태구이는 눈을 자극했습니다. 매콤, 새콤, 담백했습니다. 여수 사람에겐 신선했다고나 할까.

정 시인이 황태 요리 구경조차 못한 여수 놈에게 맛있게 먹으라며 잘라 주었습니다. 까칠한 정 시인에게 이런 면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던 탓일까, 황태가 더욱 맛깔스러웠습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 음식은 역시 '정'입니다.

 김용택 선생님이 황태에 홀린 듯 보고 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이 황태에 홀린 듯 보고 있습니다.임현철

 한사 정덕수 시인이 황태구이를 잘라 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음식은 정입니다.
한사 정덕수 시인이 황태구이를 잘라 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음식은 정입니다.임현철

 장유근 님이 황태찜을 들어 올렸습니다.
장유근 님이 황태찜을 들어 올렸습니다.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황태 #합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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