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구이입니다. 눈으로 먹는 맛이 기찼습니다.
임현철
앗, 황태찜과 구이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태란 황태는 죄다 모였습니다. 게다가 황태껍질 말려 튀긴 반찬까지 있으니 황태들의 곗날처럼 느껴졌습니다. 정 시인에게 맛 품평을 요청했습니다.
"요리 잘했네. 그렇지만 강원도 황태덕장에서 말린 쫄깃한 맛보다 덜 해. 황태는 눈 속 덕장에서 말려야 제 맛이야."'황태덕장에서 말린 황태 맛 좀 보게, 한 번 보내주기나 할 것이지…' 생각이 들면서도 고향 사랑이 묻어나는 말이 좋았습니다. 황태찜은 아구찜과 비슷하게 콩나물과 어울렸습니다. 빨간 양념이 듬뿍 묻은 황태구이는 눈을 자극했습니다. 매콤, 새콤, 담백했습니다. 여수 사람에겐 신선했다고나 할까.
정 시인이 황태 요리 구경조차 못한 여수 놈에게 맛있게 먹으라며 잘라 주었습니다. 까칠한 정 시인에게 이런 면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던 탓일까, 황태가 더욱 맛깔스러웠습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 음식은 역시 '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