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등산화 밑창이 닳아서 패였다. 처음 신발을 샀을 때는 절대로 닳지 않을 것처럼 튼튼해 보였는데 말이다. 이 정도로 닳는데 걸린 기간은 대략 1년 남짓. 많이 걸으면 등산화도 닳는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다.
어느 날인가, 등산화를 신고 걷는데 몸이 기우뚱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러지? 몸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더니 신발 뒤축이 움푹 파여 있었다. 그것도 바깥쪽으로만. 그걸 보면서 든 생각. 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구나, 와 튼튼해 뵈는 등산화 밑창도 이렇게 푹 파일 수 있구나.
도보여행을 떠날 때 신는 신발이 한 켤레가 아니지만 비슷한 경등산화를 새로 장만해두어야 할 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습관처럼 찾는 사이트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사이트를 검색해서 괜찮은 제품을 찾아냈다. 후보는 3켤레 정도. 인터넷으로 검색했으니, 이제는 매장으로 가서 직접 신어보고 고를 참이다. 한데, 사이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제품들이 당산동 매장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매장을 찾았는데, 아뿔싸 없단다. 내 착오였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온 건 아니다. 대신 괜찮은 제품을 찾아냈고, 구매했다. 가볍고,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이 정도라면 봄·여름·가을 세 계절에 충분히 신을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도보여행을 시작한 뒤, 오케이아웃도어를 애용하고 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나 도보여행을 하는 이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이자 매장이 바로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일 것이다. 나 역시도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가장 먼저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을 검색한다. 내가 갖고 있는 도보여행에 필요한 물품 대부분 이 곳을 통해서 구매했다.
스틱, 등산화, 헤드랜턴, 무릎보호대 등등. 물론 꼭 이곳에서만 산 것은 아니다. 국내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들도 제법 있다.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렇지. 물론 이건 개인의 취향 문제다.
지난 일요일, 오케이아웃도어매장에서 나는 신발을, 동행한 남편은 고어텍스 재킷을 하나 골랐다. 계산을 하는데 매장직원이 책 한 권을 내민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대표가 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였다. 구매고객에게 책을 증정한다는 거였다. 책 선물이라면 늘 솔깃해하는 내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이 책, 출간되었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성덕 대표의 성공신화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쯤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던 참이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성공기를 읽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책 대부분은 성공 스토리를 과대포장해서 소비시키면서 성공만이 이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그것만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내가 자주 이용하는 아웃도어 회사의 성공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표지에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씌어 있다. '3700만 원으로 시작해 매출 2000배 신화를 이룩한, 독종 사장의 인생승부사'라고. 그걸 보니 재벌 위주로 편재된 사회에서, 대기업 위주로 유통산업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고작 10년 만에 '눈부신' 혹은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을 이룬 비결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장사 혹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과감히 때려치운 뒤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장성덕 대표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요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장 대표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심과 열망이 가슴 속에 숨어 있을 터.
한데 책을 읽어보니, 이 남자 정말 지독하다.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확신을 지니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누구에게나 '성공'이 데굴데굴 굴러와 주는 건 아니지만.
배울 점, 무지 많다. 사업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위기와 시행착오를 두루 겪었지만,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끝까지 놓치지 않고 추구하면서 발판을 만들었고, 성공했다.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이 남자, 정말 머리가 좋다는 것.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했다. 철두철미하다고나 할까.